[정치라떼] 체포동의안 표결 앞둔 이재명, 기자간담회 통해 ‘검찰수사 부당’ 여론전…여 “영장실질심사 임해야” vs 야 “검찰, 물증 제시해야”

정재호 기자
입력일 2023-02-25 09:30 수정일 2023-02-25 20:51 발행일 2023-02-25 99면
인쇄아이콘
김재경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당당히 영장실질심사 임해 정면 돌파 택해야”
홍일표 “이 대표 자신이 대선에 졌기 때문에 고난당하고 있다는 논리는 변명에 불과”
이목희 “핵심은 검찰이 이 대표 사건에 대해 명백한 물증 제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어”
김형주 “선당후사 마음으로 이 대표 향후 거취에 대해 입장 표명했다면 더 돋보였을 것”
기자간담회 연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검찰이 위례·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검찰의 수사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27일)을 나흘 앞두고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부각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에서 패배했고, 검사를 하던 분이 대통령이 됐고, 무도한 새로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사건은 바뀐 것이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남FC 사건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이 됐다가 대통령 선거 후 재수사가 이뤄졌고, 갑자기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었다”며 “대장동도 마찬가지다. 이게 2018년까지 벌어진 일인데 그동안 박근혜 정부도 저를 탈탈 털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전체 1시간여의 간담회 중 모두발언에만 45분을 할애해 영장 내용을 세세히 비판했다. 이 대표는 “누가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이라고 하더라. 주어에 이재명이 거의 없다”며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영장이 아니라 대국민 선전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국민의힘 성명서 같은 내용”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A라는 사람이 ‘이재명이 성남FC 후원을 요구했다’라고 말하는 것을 B가 들었다면, B를 조사한 뒤 A를 조사하면서 언제 어디에서 이런 말을 했느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물어보지 않고 ‘누구 아느냐’라고 묻고 만다”며 “제게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영장에 보면 이재명이 돈 받았다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며 “찾아낸 게 없다 보니 검찰에 포획돼 궁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번복된 진술을 만들어내고 그에 기초해 검은색을 흰색으로, 흰색을 검은색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법치를 빙자한,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는 폭력의 시대”라며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난무하는 야만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선에서 제가 부족해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치러야 할 수모와 수난은 제 몫이기에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역사의 죄인”이라면서도 “그러나 승자로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권이 지금 벌이는 일들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원할 것 같지만 정권과 권력은 길지 않다”며 “‘있을 때 잘해’라고 하지 않나. 나중에 후회할 일보다는 보람을 느낄 일을 찾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민주당도 이날 ‘반대표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주력했다. 압도적 부결로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당내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원내 지도부는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부결로 총의가 모였다고 판단하고 ‘자유 투표’로 표결에 임하기로 결정했다.

친명(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거리가 있던 의원들도 검찰 수사가 야당을 파괴하려는 기획수사라는 데 공감대가 있다”며 이탈표 규모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비명(이재명)계도 다수가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부결 이후 이 대표가 자진사퇴 등 향후 거취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의 이른바 ‘쪼개기 영장’ 청구로 또다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날아들 경우 당도 더는 방패막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당내에선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이나 백현동 개발 등 이 대표와 관련된 추가 의혹에 대해 재차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지난 의원총회에서 한 분(전재수 의원)은 부결시키자면서도 내년 총선을 위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것은 이번에는 부결을 시키되 이 대표가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김재경 전 의원은 이 대표의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와 관련해 “이 대표가 국면전환을 해야 할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며 “자신이 떳떳하다면 당당히 영장실질심사에 임해 정면 돌파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은 여야 모두에게 불행”이라며 “정치가 건강한 견제를 통해 제대로 나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수렁에 빠져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홍일표 전 의원도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대다수 국민의 시선으로는 이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어쨌든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읽혀지는 것 아니냐”며 “그럼에도 자신이 대선에 졌기 때문에 고난을 당하고 있다는 식의 논리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 나오는 이 대표 ‘사퇴론’과 관련해선 “민주당도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이 대표가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발생한 일들을 언제까지 당이 커버하며 끌려다녀야 하냐는 회의가 점차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목희 전 의원은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당사자로서 그런 이야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결국 핵심은 검찰이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검찰이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공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 일각에서 나오는 이 대표 ‘사퇴론’과 관련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 상황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시각이 있지 않겠냐”며 “여러 의견이 다양하게 나올 수는 있지만 명백한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몇몇 사람이 이야기를 한다고 해 그게 당내 다수 의견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형주 전 의원은 이 대표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자신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당위성 등을 주장하며 결과적으로는 자기 방어적 측면이 강했던 것 같다”며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당당히 영장실질심사에 임하거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면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