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가 묶은 기준금리 … 물가 압박 더 세졌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23 14:04 수정일 2023-02-23 14:04 발행일 2023-02-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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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5개월 사이에 총 3.00%포인트(p) 인상 행진을 보이던 기준금리가 3.50%에서 멈췄다. 한국은행이 23일 올해 두 번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많은데도 현 수준을 유지한 데 주목해야 한다. 경기 침체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물가안정과 경기불안이라는 양자택일 딜레마에서 무게중심은 일단 정부가 최근 공식 인정한 경기 둔화 쪽에 더 맞춰졌다. 5%대의 고물가 장기화는 막중한 부담이지만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할 경우 위중한 경기 침체가 급격히 부풀려질 파급성을 위험시한 것이다. 그렇다고 연말 5%와 올 1월 5.2% 등으로 꼬리가 길어진 고물가의 억제를 경시해도 된다는 신호는 절대 아니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소폭인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정도는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소수의견을 누르고 금리는 숨고르기를 했지만 정책적 지향점은 똑같이 중시해야 함을 말해준다.

금리 동결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25%로 유지된 점에도 양면성이 있다. 이보다 벌어지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 약세와 외국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 등 걱정도 커졌다. 정책금리 4.5~4.75%인 미국은 한동안 지속적 고금리 행진을 계속할 것이다. 비둘기적 신호를 통해 우리가 인상 사이클 종료가 아니라는 흐름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 또한 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지속할 처지다. 어느 쪽이든 충격을 흡수하긴 쉽지 않다. 지금 같아선 올해 1분기도 이전 분기(-0.4%)에 이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역성장이 관측된다. 미국 기준금리가 최고 5.5%를 넘어 6월 6% 고점이 될 최악까지 상정해 두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기와 물가가 충돌할 땐 물가를 우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소비 회복세 약화는 심각하다. 그걸 다 감안하면서 경기를 우려한 결과물이 금리 동결이다. 침체기에서 못 헤어나는 부동산 시장도 외면할 수 없다. 긴축적인 수준까지 금리가 올라 한계상황에 몰린 경제주체들은 그대로 있어도 힘겹다. 3월 이후까지 물가가 5%대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면 금리를 인상하자는 반론이 이내 다수설이 될 수 있다. 경기에 무게를 둔 통화정책으로 물가 안정은 더 급한 과제가 됐다. 물가 압박 속에서의 금리 동결이라는 통화정책 운용에 정부가 손떼지 말고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등에서 보다 정교하게 움직여야 한다. 8번만의 금리 동결 앞에서 정책 대응 실패는 허용되지 않는 ‘옵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