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이 오죽 심했으면 ‘건폭’과의 전쟁 나왔겠나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22 14:26 수정일 2023-02-22 14:26 발행일 2023-02-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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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부패를 ‘척결 대상 3대 부패’로 지목한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전국 건설현장에서 자행되는 각종 노조 불법행위는 그 전형이라 할 만하다. 현장의 갈취·협박 등 불법행위에는 ‘요지경’이라는 표현이 온정적일 정도다. 위법적 행태로 잇속을 챙기고 수틀리면 건설사들에 보복행위를 일삼는 비정상 행각을 왜 여태 방치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알려진 비상식적인 실력행사 사례만으로도 건설 현장 폭력을 줄여 ‘건폭’ 신조어를 대통령실에서 만든 것이 과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폭(조직폭력배)을 연상케 하는 것은 이 축약된 말보다 오히려 급행료 명목의 월례비 등 ‘삥 뜯기’와 똑같은 ‘뒷돈’ 요구 등 행동양식에 있다. 작업을 멈춰 공사를 방해하고 보복을 무기로 하도급사의 목숨줄을 휘어잡는 수법이 실제로 조폭을 상당히 닮았다. 그걸로 공사에 지장이 생기지 않았다고 항변하려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거나 원청 건설사에 찾아가 시위를 벌인 행위, 현장의 사소한 안전 민원을 관련 기관에 집중 제기해 공사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의 행태부터 설명해야 할 것이다. 탈법을 넘어 무법에 가까운 관행은 이미 관행이 아니다.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정당한 법 집행이며 정부의 존재 이유다. 상납금 성격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채용 비리 등을 낳게 한 구조적 문제는 노조의 횡포를 막음으로써 해결된다.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검찰, 경찰의 강력한 해결 의지로 공정(工程)의 절반을 한다 할 만큼 비중이 큰 타워크레인을 비롯해 건설노조가 장악한 현장을 온전하게 되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현장을 마비시키는 준법투쟁의 불씨가 되는 불합리한 안전 수칙도 이번 기회에 손봐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신세인 시공사가 현장 불법 근절에 역할을 할 여건도 정부가 만들어줄 몫이다.

선의의 노조 전체를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건 잘못이다. 그러나 월례비와 전임비 요구, 장비 사용이나 채용 강요, 운송 거부 등 노조의 탈을 쓴 폐해는 악의 편이다. ‘자본 착취’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건설노조의 갈취·폭력 횡포를 실상 그대로 보고 척결해야 할 것이다. 노조 탄압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조직적 불법행위를 시스템적으로 막을 토대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관계부처 합동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지나고 보니 ‘쇼’에 지나지 않았다. 부처 총동원령이 내려진 윤석열 정부에서는 일시적이고 겉만 요란한 ‘오버액션’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