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가 노동개혁 첫발이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21 14:17 수정일 2023-02-21 14:18 발행일 2023-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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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노동조합 회계에 정부가 엄중 대응 기조를 강화하고 나섰다. 법령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노동단체는 지원에서 배제하고 부정이 있으면 환수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회계 자료 미제출 노조에 대해 정부 지원금 중단과 세액 공제 원점 재검토라는 초강수 정부 카드를 내보였다. 방해 행위에는 현장 조사를 하고 과태료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엄포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다. 노동 개혁이나 노사법치를 들먹이기 전에 회계 투명성 강화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노조의 ‘역린’을 건드린 것처럼 보이는 정부 지원 중단 및 지원금 환수, 조합비 세액 공제 재검토 등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불이익 성격이 있다. 그러나 본질은 매년 수백억원대 지원금을 받으면서 불투명 회계로 일관하는 태도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최소한의 의무인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 불응해 생긴 일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최근 5년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1521억원을 지원받았다면 노조 공격이라고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노조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공개하자는 것이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훼손이 아니다. 노조법상 의무 사항을 이행하고 ‘부패 노조’가 아님을 보여주고 나서 ‘자주성 훼손’을 말해도 늦지 않다.

노동탄압이라고 외치려면 노조 또한 그동안 정상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힘쓰는 충실한 협의체였는지 먼저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채용 강요와 월례비 등 건설노조와 유사 노조의 관행처럼 굳어진 악습과 불법행위는 부끄러움의 한 단면이다. 사측에 대해 상대적 열위에 있다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회계 투명성에 대한 반발은 노동시장의 경직적 구조 속에서 파업 등을 수단으로 지속해온 지대추구자(rent-seekers) 노릇을 수행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노조 불법에도 무관용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회계 결산과 운영 상황이 떳떳하면 그대로 보고하고 공개하면 그만 아닌가.

노조 회계에 칼을 뺀 정부도 유념할 것이 있다. 이념 공세에 치중하거나 노조 주장처럼 실제로 노조 탄압에 행정권력 남용이 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노조를 바로잡는 것이 노동 개혁의 시작점이면 좋겠다. 정부가 돈줄 쥐고 노조의 힘 빼는 것이 아닌 우리 경제를 성장시킬 노동개혁의 첫 단추를 삼아 달라는 뜻이다. 깜깜이 회계 장부에는 기업에만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자기 통제에는 인색한 기득권 강성 노조의 모습이 투영된다. 과도한 기대일지는 모르나 정부와 경영계, 노동계가 모두 노조 회계 공시 정책에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