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시장 한기 녹일 정책 있기나 한가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12 15:13 수정일 2023-02-12 15:14 발행일 2023-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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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률이 양호한 수치를 보이는가 했더니 어느새 고용시장에 활기 대신 한기가 감돌고 있다. 뚜렷한 내리막길이다. 취업자 증가폭이 6월 이상 계속 하향세다. 1년여 전(2022년 1월) 113만5000명이던 전년동월대비 취업자 증가폭이 같은 해 12월 50만9000명까지 내려온 통계가 이를 설명해준다. 고용시장 위축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이렇게 단정할 수 있는 근거는 고용 회복 발목을 잡을 내외생적 변수가 또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같은 이례적 호조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일상 회복, 방역·돌봄 수요 증가, 배달·IT 일자리 확대, 수출 호황에 따른 기저효과를 모두 배제하고 봐도 그렇다.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침체 내지 경기 둔화가 뒤덮고 있고 그 골은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KDI, 한국은행은 취업자 증가 폭을 8만~10만명으로 잡는데 그친다. 전망처럼 지난해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노동 취약계층의 고용을 상대적으로 더 집중 관리해야 한다. 코로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특수가 소멸할 올 상반기의 고용 둔화 대응 방안을 지금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엔데믹 효과로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82만가량 급증한 호시절이 싹 사라진 올해는 공공의 역할에 기대기도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향후 3년간 공공기관 정원은 1만2000명 줄어든다. 지난 5년간 그 정원을 11만5000명이나 늘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공공에서 만든 단기 일자리도 부담을 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고 경기침체가 풀려 온기가 돌기만을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방자치단체도 공무원 채용을 줄인다. 이도저도 제외하면 민간 중심의 일자리 확대만 남는다. 그런데 주요 기업들까지 구조조정에 들어가 채용 규모를 축소한다. 민간 채용 경쟁이 심화되고 고용시장 침체를 가속화할 환경이다. 답은 더 좁혀진다. 정부가 민간 일자리 창출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유효한 해법으로 남는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도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의 특성상 월별 증가 폭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지 않게 민간의 고용 창출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정부 몫이다. 고용유발계수가 큰 서비스 부문 규제 완화와 비대면 의료 등 서비스 분야 혁신도 양질의 일자리와 무관하지 않다.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면서도 일자리의 양 못지않게 질이 악화되는 딜레마 또한 정부가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일하라는 식의 고용정책만 갖고는 고용시장의 한기가 쉽게 걷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