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파탄’ 묻는 장외투쟁, 민생에 도움 안 됐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2-05 13:45 수정일 2023-02-05 13:45 발행일 2023-02-06 19면
인쇄아이콘

더불어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진행한 것은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운동’ 이후 6년 만이다. 전임 정권에서 집권세력이었으니 윤석열 정부 탄생(5월 10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라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 파탄·검사 독재 규탄대회’는 설득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난방비 폭탄’ 등을 표면에 내세웠으나 최후의 수단 격인 장외투쟁으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었다. 의구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 지키기, 이재명 지키기라는 굴레를 성급하게 씌우자는 게 아니다. 특정인 수사를 놓고 야당이 이러는 건 물론 전례가 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이던 1998년 9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주도한 세풍수사 규탄 등 ‘편파적 대선자금수사’ 관련 장외투쟁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넉 달 만인 2017년 9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벌인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 반대 투쟁 역시 주요 장외투쟁사로 꼽을 수 있다. 이렇게 조명해보니 최다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간 이유가 한결 선명해지는 듯하다. 심각한 민생, 경제 위기로 포장을 잘 해도 대장동 의혹 등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온전히 믿기는 힘들 성싶다.

민주당이 민생, 경제를 금과옥조로 삼는 정당이었나. 그처럼 혜안을 가진 정당이라면 어벌쩡한 여론전을 접고 원내에서 싸워야 제1야당스러운 행보다. 검찰 독재와 야당 탄압 프레임이 검찰 수사 물타기로 비친다면 169석 야당의 거리 투쟁은 투쟁 방식 면에서도 전략적이지 못하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라는 말까지 환기시키는 장외투쟁이다. 2019년 8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좌파 폭정’을 중단하라는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일본의 수출규제 국면을 앞세웠다. “저렇게 생각머리가 없나”고 힐난한 사실까지 되짚어진다.

그 이슈가 지금 ‘검찰 독재’로 바뀌었을 뿐이다. 민주당은 숭례문 집회에 이은 2차, 3차 집회 등 장외를 떠돌 미련을 접고 책임과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입법 갑질’의 폐해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다듬어야 할 경제·민생입법은 또 얼마나 수두룩한가. 성공한 장외투쟁이 그다지 흔치 않음을, 특히 지금 같은 경우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사실을 정당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익히 알 텐데 말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맨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할 일이 있다면 이재명 살리기가 아닌 민생 살리기, 장외투쟁이 아니라 진실로 민생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투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