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의미가 부여됐던 마스크의 착용 의무 해제에 맞춰 유통업계 등이 대면 영업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가를 비롯해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물론 반가운 현상이다. 민낯을 내놓기 어색한 기분을 누르고 패션 뷰티 등 일부 업종에서 온기가 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훈풍까지는 아직 아니다. 기대보다 준비할 일이 더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힘쓰는 것도 그중 하나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여건이 좋지 않지만 긍정 효과의 극대화 노력은 포기해선 안 된다.
우리만의 특수성, 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끝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인 나라로 남아 있던 것이 매출 회복을 더 더디게 할 수도 있다. 꽤 오랜 시간을 ‘내 몸은 내 것’만이 아니고 서로가 서로에게 환경이며 연결된 존재임을 확장시켜준 마스크에 대한 일상의 사회학도 한번 조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돌발적인 위기 앞의 감염병 확산 방지가 목적이었지만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전체주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과 유사한 일면도 분명히 있었다. 사람 사이의 연결과 사회적 유대가 끊어지고 마치 국가기관이 허가하는 관계만 남은 형국이기도 했다. 한때 K-방역으로 칭송받던 마스크 쓰기지만 전 세계에서 감염자 수 7번째인 점은 규명이 필요할 것 같다. 의료적인 대처와 향후 유사한 사태 때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마스크에 대한 집단적 압력에서 풀려나지만 전반적인 보복소비 같은 꿈은 접고 대처하는 게 현실적이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고 소비심리가 악화돼 있다. 방역조치 완화를 여러 번 맛본 기저효과까지 있어 소비 여력 복원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839일 만의 마스크 의무 해제가 완연한 소비 진작까지는 아니라도 잔뜩 움츠러든 우리 경제를 되살리는 유효한 촉매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