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떼] 여야 난방비 공방…與 “인상 원인은 文정부 탈원전 정책”, 野 “전 정부 탓,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3-01-28 09:12 수정일 2023-02-09 11:44 발행일 2023-01-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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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누굴 탓할 문제 아냐...여야, 적절한 방법 찾아야"
홍일표 "횡재세 도입, 신중해야...기업들 적자 날수도 있어"
이목희 "전쟁으로 난방비 오를 것 누구나 다 예상...정부의 대응 너무 허술"
김형주 "근본적인 원인 들여다 봐야...한전, 가스공사 적자구조 논의 필요"
얼음 계단을 내려오는 어르신<YONHAP NO-4723>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계단이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확대하기로 했다. (연합)

“나 때는 말이야” 사람들이 현재를 지난날과 비교하며 지적할 때 자주 붙이는 말이다. 이를 온라인상에서는 ‘나 때’와 발음이 유사한 ‘라떼’라고 부른다. 브릿지경제신문은 매주 현 21대 국회 최대 현안에 관해 지금은 국회 밖에 있는 전직 의원들의 훈수, 라떼를 묻는다. 여권에선 국민의힘의 김재경·홍일표 전 의원,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목희·김형주 전 의원이 나섰다.

최근 연말·연시 한파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가운데, 급등한 난방비로 인해 각 가정에 ‘난방비 폭탄’이 떨어져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 등의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26일 정부는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기초생활수급가구 및 노인질환자 등 취약계층 117만6천 가구에 대해 올해 겨울 한시적으로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기로 했다. 이어 가스공사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요금 할인 폭을 올겨울에 한해 현재 9000원∼3만6000원에서 2배 인상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국민적 불만이 계속되자 여야는 난방비 급등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정치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을 두고 지금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이고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라며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다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가스요금을 동결했다가 그것도 선거가 끝난 이후에 겨우 12%를 인상했다”며 “가스 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난방비 폭탄 사태는 민주당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반면교사 사례”라며 “민주당이 선거용 비과학적 포퓰리즘으로 에너지 가격 체계, 공기업 경영을 엉망으로 망쳐놓고 반성은커녕 민생의 어려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 정부 탓을 하는 정부여당을 맹비판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전방위적인 물가 폭등 때문에 민생 경제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국민의 고통이 크다. 이를 방치하면 급격한 소비 위축은 물론이고 경제 전체가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약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을 횡재세(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 개인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조세)로 지급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어 조정식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가스비 급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뿐만 아니라 환율상승 영향도 있겠지만, 국민의 살림살이를 생각한다면, 급격하게 인상해서는 안된다”면서 “그런데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적반하장식 태도다. 오로지 공공기관인 한국가스공사 빚을 줄이겠다고 국민에게 폭탄을 돌리고 있으면서, 전 정부 탓만하며 상황 모면하기에만 급급하다. 참으로 군색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을 때 이전 정권 탓, 과거 탓을 하기는 쉽다. 하지만 결국 민생 해결은 안 되고 서로 남 탓하며 싸우는 길로 빠지게 된다”며 “남의 탓하고 비판이나 하려면 뭣하러 정권을 잡았나. 정부는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경 상근부대변인도“가스요금 인상률이 역대 가장 높은 정부는 바로 윤석열 정부”라면서 “이명박 정부 LNG수입단가 48% 인상시 가스요금 인상률 7.2%, 문재인 정부 LNG수입단가 180% 인상시 가스요금 인상률 11.6%, 윤석열 정부 LNG수입단가 70% 인상에 국민부담하는 가스요금을 무려 23.9%나 인상했다”며 거듭 정부의 대응을 질타했다.

김재경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건 정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한전(한국전력공사)같은 경우 손해가 막 누적되고 있다. 야당에서 제안한 것 처럼 일괄적으로 에너지기업에 도움을 받아 문제를 풀어야 된다는건 아닌거 같다. 에너지 정책을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며 “다만 국민들에게 부담이 좀 과하다, 기업 이익이 많다고 한다면 복지차원에서 ‘그 이익을 국민들에게 좀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볼 수는 있다. 차제에 시장 원칙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라든지 이익 배분, 활용 문제도 한번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탓’이라는 여당의 주장을 두고는 “원인 제공을 놓고 보면 일부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누굴 탓하고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번 문제는 서민의 삶의 문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 좋은 정책을 만들 좋은 기회”라며 “우리나라는 정권이 매번 바뀌는 나라니까 원칙을 염두에 두고 다음에 이런 상황이 닥쳐 왔을때 대응할 적절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이 대표가 제안한 횡재세 도입 제안을 두고 “물론 기업들이 이득을 우연적으로 취득했다면 조치를 취하긴 해야 한다. 그런데 국정운영은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은 손해도 이득도 볼 수 있는데 ‘너희 이익 많이 봤으니 내놔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여러 가지 상황도 살펴보고 고려할 게 많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홍일표 전 의원은 “과거 국회에 있을 때 산자위원장(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하면서 에너지 문제를 가까이 지켜 봤었다”며 “개인적으로 봤을 때 전 정부가 탈원전하겠다면서 전기요금을 억제하고, 가스요금도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 최근에 요금이 크게 올라가게 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점차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했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운이 좋았다고 본다. 당시 국제 에너지 가격 요동도 그리 크지 않았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에 와서 가스요금이 폭탄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번 사태의 주 원인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에너지 수요가 급등하며 국제적으로 가격이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예외적으로 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며 “어렵지만 우리 국민들이 이해해주고 정부 지원을 중심으로 버텨 나가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지 않겠나 싶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주장한 횡재세를 두고 “신중해야 한다. 횡재세는 결국 에너지 기업들에게 걷자는 건데 해당 기업들이 엄청난 이익을 거두긴 했지만 나중에 유가나 천연가스 가격이 내려 갈 수도 있고, 그러면 기업들이 적자가 날수도 있다”며 “일부 국가에서 실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여건상 바로 도입하긴 어렵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작년에 정유사가 엄청난 이익을 냈다. 정유사가 세금을 좀 더 내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그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다만 여러 가지 국제적인 이유 때문에 난방 원료 가격이 오르게 돼 있었다. 그건 누구나 다 예상했던 것이다. 그러면 우선 정부는 그런걸 예측해서 준비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볼때 정부의 대응이 너무 허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떠한 상황이 닥쳐 오더라도 항상 가난한 사람이 고통스럽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움 겪을 것을 대비해서 난방비 부담을 줄여준다든지 노력해야 된다”며 “그런데 정부여당은 이제와서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전 정부 탓을 한다. 온당하지 못하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국민이 고통을 받으면 해답을 내놔야 한다. 정부가 에너지바우처 인상을 내놨지만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 보도를 보면 서민층, 빈곤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난방비에 놀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국민적으로 아우성이 일어나니까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지만 태부족한 대책이라고 본다.

그는 이 대표가 제안한 횡재세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나라에도 있긴하지만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려고 하면 오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도 생각해 봐야 하고 국회도 입법 하려면 전문가 의견도 듣고, 외국의 상황도 살펴보고 여러 가지를 논의해야 한다. 당장 하기는 힘들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당의 김형주 전 의원은 “정부도 나름 고심하고 있고 야당에서 이재명 대표 차원에서 아이디어도 제안하고 했는데 우선은 난방비 문제 해결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다”며 “그런데 그런 것 조차도 정치권이 핑퐁게임으로 몰고 남의 의견을 ‘부자감세’, ‘표퓰리즘’이라는 식의 비판을 하는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가 볼 때는 국회에서 이 참에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전이나 가스공사의 적자구조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부에서도 너무 수박겉핥기식 대응을 하고 정치권에서도 이런 것을 정략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추운날에 떨고 있는 국민들에게 무례한 행태라고 본다. 좀더 고심해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전 의원은 에너지바우처 인상 등의 정부 대책을 두고는 “정부가 그런 것을 내놓는 것을 비판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자원부 장관이 이 시점에서 에너지 가격을 차후에 올리겠다고 발언 한다거나, 모든 것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모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며 “냉정하게 들어가 보면 원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고는 한다지만, 우리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에너지를 싸게 들여 올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 가격을 다운 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