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가 ‘토끼굴’ 빠진 경제 구하라는 게 민심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1-24 14:10 수정일 2023-01-24 14:10 발행일 2023-0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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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당권 레이스와 야당 대표 검찰 소환이 민심의 밥상에 오른 것은 맞다. 그러나 정치적 관심사와 진짜 설날 민심은 구분된다. 요약하면 정치 빅 이벤트보다는 민생 문제 해결이었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한파는 인플레이션과 장기 저성장으로 날씨만큼이나 혹독하다. 빨간불에서 노란불로 바뀌어 청신호로 간다는 진단은 어설프다. 실상은 노란불인 듯하다가 물가 폭등, 경기침체가 겹쳐 적신호의 미궁 속으로 향하는 데 말이다.

신년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위기의 파고를 넘으려면 플랜B, 플랜C도 착실히 준비하자는 제안이었다. 국민 경제와 직결되는 대내외 경기 악화, 고물가와 원자재가 상승 지속, 수출 부진, 내수 회복세 저조로 지금 총체적 난국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을 1.25%까지 낮춰 잡기도 하는 현실이다. 무역수지는 적자로 반전된다. 그런데 여당은 성장 지체, 투자와 소비 감소, 최악의 자영업자 폐업 사태를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린다. 현 정부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다고 비판하는 야당도 공수만 바뀌었을 뿐 무책임하다. 얼음장 수준의 민생 앞에서 정치권이 일치를 보이는 것은 국민적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것 정도다.

그러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원년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없는 게 문제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부문에서 상대적 선방을 했지만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수출도 둔화가 예상된다. 경기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세계 경제에 변화의 폭풍이 몰려올 상반기가 특히 조심할 시기다. 고금리 정책에도 물가가 잡히기는커녕 경기침체를 몰고온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에 빠진 것(Down the rabbit hole) 같은 형국이라는 진단이 나올 법하다. 경제 역동성으로 기회가 많다고 흰소리하지 말고 제대로 대처해 경제의 회복 탄력성 저하를 막아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민생을 보듬는 정치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갈등 이슈는 점점 부각될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속 토끼굴처럼 더 어둡고 혼란스러워질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방식과 전략이 통하지 않은데 낡은 것만 좇는 각주구검(刻舟求劍)의 태도는 참 어리석다. 배터리, 바이오, 모빌리티,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 육성에 신중하면서 공격적으로 대처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설날 민심에 부응하려면 각종 민생 입법, 부동산 관련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부터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 동상이몽, 아전인수의 싸움질만 일삼으며 피로감을 덧붙이지 않길 바란다. 진짜 민심은 따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