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UAE 적은 이란’ 윤 대통령 발언에 강경한 이란…전문가 “정부, 이란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3-01-18 15:32 수정일 2023-02-09 11:42 발행일 2023-01-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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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윤 대통령, UAE-이란 관계 전적으로 몰라"
대통령실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
이재명 "윤 대통령, 기초적인 사리 판단도 못해"
명예 아크부대원된 윤석열 대통령과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명예 아크부대원 모자를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

아랍에미리트(UAE)의 아크부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장병들과의 간담회에서 “UAE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당장 이란 외교부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명을 촉구했고, 정치권은 이를 놓고 격돌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정부가 이란에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아크부대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장병들과의 간담회에서 UAE와 우리나라가 형제국가라고 강조하며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문제의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당장 이란은 날선 반응을 보였다. 16일 나세르 카나디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두 주변국이자 우방인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최근 간섭 발언을 들여다보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카나니 대변인은 “그(윤 대통령)가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과 이란의 역사적이고 우호적인 관계, 이런 면에서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전개를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며 “이란 외무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스탠스,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에 대한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이 같은 반응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17일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해당 발언은 UAE에서의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었다”며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다.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다. 현재 한-이란 양자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야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며 격돌했다. 17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UAE가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이란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들었고, 같은 당의 하태경 의원도 “이란은 근래 보면 거의 ‘악당 국가’다. 인권탄압을 개선하지 않으면 강경해야 한다”며 정부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이)기초적인 사리 판단도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꼬집었고, 같은 당의 조정식 의원은 “이번 순방에서도 대통령이 어김없이 또 사고를 쳤다. 대통령의 입이 ‘최대 안보 리스크’라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명백한 실언이다. 외교 행보하겠다고 UAE에 가서 타국에 대한 평가를 한 것 자체도 부적절할 뿐더러, UAE와 이란은 적국이 아니다. 전세계 적으로 적국인 나라는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이란에 설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한국과 UAE간의 관계를 강조 하다가 나온 말이고, 두 나라관계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나온 실언이라고 이란에 설명해야 한다”며 “또 윤 대통령이 아크부대를 방문하며 남북관계의 현실을 아랍 국가들에 대입시키다 보니 나온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진실하게 사과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이것을 놓고 윤 대통령이 차후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변명을 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