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 ‘처벌법’ 아닌 ‘예방법’이 맞는 방향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1-17 14:00 수정일 2023-01-17 14:00 발행일 2023-0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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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1년 동안 적용 사업장 안팎에서 논란과 개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법 개정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경영 책임자나 사업주를 겨냥한 법이란 비판도 그대로다. 실질적인 효과는 미약하고 재해 예방 목적에 맞춰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고조된 감이 있다. 누구를 위한 법이며 지켜야 할 의무가 무엇인가. 그저 법 모호성만 키웠다.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부터 다시 규정해야 할 정도라면 법 실효성까지도 의심을 살 만하다.

이제 논란거리로 묶어두지 말고 현장에 맞게 처벌 요건과 제재 방식 등에 관한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해볼 때다. 늦게라도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서 살펴본다니 다행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의 기업 인식도 조사에서는 대응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13.6%에 지나지 않았다. 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0.3%나 됐다. 논의 과정이 부족한 채 건성으로 법을 만들 당시에 예견됐던 바다. 사실은 법률 시행 전에 재개정을 했어야 한다. 노동계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선명히 드러난 지금이라도 해야 할 일이다.

다른 건 몰라도 산업재해 예방 기능이 없다면 말 그대로 처벌을 위한 법이다. 법 적용 테스트 기간은 작년 1월 27일 이후 차고 넘칠 만큼 충분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의 ‘충실히’, ‘필요한 ’ 등과 같은 추상적 표현까지 자의적 법 집행을 부추기는 주된 요소다. 법은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예측 가능해야 한다. 이 법으로 인한 형사처벌 사례가 축적되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은 무의미하다. 몇 년간 지루하게 끌어온 논란 기간을 연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기준이 만들어지길 기다리자는 관망자적 자세는 현장을 잘 모른다는 고백이나 같다. 처벌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려 들지 말고 안전을 기업경영의 핵심과제로 격상시킬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법의 목적으로 돌아가면 그게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중 수사 중이거나 기소된 사건을 보면 경영책임자 정의부터 손봐야 한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다. 현행 책임자 처벌 조항은 처벌 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의도한다면 정부 주도의 규제와 처벌보다 자기규율 중심으로 전환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처벌 규정을 완화하고 사고 예방에 비중을 두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찮겠지만 처벌법보다 예방법을 지향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계속해서 들러리처럼 다뤄진 경제계 입장을 진지하게 반영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