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적’ 윤 대통령 발언에 화난 이란 “한국 정부 설명 기다려”...민주 “외교바보의 외교참사"

권규홍 기자
입력일 2023-01-17 10:58 수정일 2023-01-17 11:25 발행일 2023-01-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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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부 "윤 대통령 발언,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어"
민주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
김한규 "국가안보 고려 했어야"
UAE 파병 아크부대 장병 격려하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아크부대 방문당시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을 하자 이란이 즉각 날선 반응을 냈다.

16일(현지시각)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언급하며 “페르시아만 국가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 관계 개선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는 발언”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역사적이고 우호적 관계와, 이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전적으로 모르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의 최근 입장, 특히 이란과 UAE의 관계와 관련해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UAE 아부다비에 주둔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면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며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에 있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간 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현재 한-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의 말씀이었다”며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에서 하신 발언”이라는 설명을 냈다.

하지만 당장 야권에선 비판이 빗발쳤다.

16일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국익을 해치는 외교적 실언이다. 우리나라가 이란을 군사적 위협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또한 이란과의 긴장감을 키워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1970년대 대한민국 중동 건설 붐으로 인연을 맺었고, 2016년 ‘포괄적 파트너십’을 채택한 우호협력국”이라며 “외교는 적을 줄여가는 것인데 오히려 적을 늘리겠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대통령”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같은 당의 정청래 최고위원도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UAE의 적은 이란? 지난해 한-이란 수교 60주년이었다. 서울에 테헤란도 있다. 그럼 이란 방문시에는 이란의 적은 UAE라고 할건가? 외교바보의 외교참사”라고 날을 세웠다.

또 같은 당의 김한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란과의 무역 악화를 걱정했다. 김 의원은 “궁금해서 KOTRA의 ‘이란’ 정보를 확인해 봤더니, 교민도 살고 있고, 수출액도 1억 달러가 넘으며 그간 부침이 있었지만 최근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교류도 꽤 있는 상황”이라며 “순방 전에 UAE 자료만 보신 듯 한데, 이란을 우리나라의 주적으로 선언하시려면 이란 자료도 미리 보시고 외교와 국가안보도 고려 하셔야 했다”고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같은 당의 조원준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도 “눈과 귀를 의심했고, 제정신인가 싶었다. 그 동안 전략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이란을 순식간에 ‘적국’으로 규정 해 버렸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국제관계속에서, ‘뜬금없는 적국’을 계속 늘려 도대체 뭐를 하겠다는 건가? 나중에 이걸 회복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댓가를 치뤄야 할 지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인 박창진 정의당 전 부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승무원 생활을 할때 놀라웠던 두바이 공항의 풍경 중 하나는 주변 국가에서 UAE로 일하러 오는 수많은 인접 국가의 노동자들의 입출국 줄이었다. 통계로보면 두바이에만 약 40만명의 이란 국적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며 “주적인 국가 출신자들이 이정도 규모로 인구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 국가의 행정 안보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권규홍 기자 spikekw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