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UAE에서 부는 ‘제2 중동 붐’ 기회 살려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1-16 14:00 수정일 2023-01-16 14:00 발행일 2023-0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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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中東)’ 하면 우리에겐 1970년대 중동개발 붐으로 각인돼 있다. 60년대 파독 광부 등과 함께 경제발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초대형 프로젝트 등의 동시다발적인 경제협력 확대에 제2 중동 붐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다. 양해각서 체결이지만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는 눈앞의 설 밥상민심이 아닌 미래 먹거리를 위해 놓치지 않아야 할 기회다.

예나 지금이라 달라지지 않은 것은 호혜적인 파트너여야 한다는 점이다. UAE와는 원전·에너지·방산 등의 분야를 비롯해 협력의 폭도 월등히 커졌다. 정상회담 한 자리에서 체결된 13건의 MOU, 다른 자리에서 체결한 것까지 30여건의 MOU는 가히 역대급이다. 탈석유 산업화를 노리는 UAE의 전략에 맞춰 오일머니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우리다. 높아진 경제 위상에 걸맞게 전략 동반자 관계로서 투자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저성장 속에서 실질적 혁신이 절실한 우리 경제 때문이다. 늪에 빠진 한국 수출과 신기술, 신성장 분야 기업들의 활로가 된다는 확신에서다.

위기의 한국 경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은 동행한 국내 5대 그룹 총수를 주축으로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등 100개사 인사들의 면면을 통해 확인된다. 제1차 중동 붐이 아니라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초대형 원전 플랜트 사업을 통해 무함마드 UAE 대통령이 극찬한 ‘약속’에 공을 들여왔다. 양국 원전 협력의 상징인 1·2호기는 상업운전을 했고 3호기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차세대 원자력,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통해 우리가 포스트 오일 산업 대열에 선 높은 기술력의 국가라는 믿음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국부펀드’와의 협력을 보더라도 UAE 등 대중동 관계는 경제가 우선인 관계다. 지난 정부 때의 ‘구원(舊怨)’을 돌이키지 말고 여야가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UAE가 기회의 땅이지만 차가운 머리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저가 수주 등에는 신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UAE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2019년 추가 단독 수주에 실패한 쓰라린 기억이 반추된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공급망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정책의 일관성도 필요하다. 기업 기술력과 정부 정책 지원이 잘 조합되는 가운데 양국 정상 간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