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품대급 조기 지급, ‘협력사와 상생’ 신호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23-01-10 14:18 수정일 2023-01-10 14:18 발행일 2023-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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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영은 기업과 고객, 협력사, 주주, 지역사회의 이익을 아우르는 기업 운영 방식이다. 자금 수요가 몰린 설 명절을 앞두고 두드러진 것이 협력사의 관계, 그 가운데 기존 지급일에 앞선 납품대금 조기 지급이다. 올해는 정초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신년인사회를 함께 개최하는 등 화기애애했다. 그래서인지 복합 경제위기를 하나 되어 이겨내자는 통 큰 행보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힘든 상황에 어려움을 나눠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납품대금 선지급을 의례적인 설맞이용 이벤트쯤으로 폄하해선 안 될 것 같다. 10일 기준으로 현대차그룹 2조4000억원, 롯데그룹 7000억원, GS리테일 1800억원 등의 조기 지급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사외 협력사 자재 대금 1900여억원을 지급한다고 이미 밝혔다. 중소 협력사 결제 대금을 미리 주겠다고 선언한 현대백화점그룹은 거래 중소기업이 1만4000여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3000여개 협력사가 도움을 받는 셈이다. 현대삼호중공업, KT그룹, 삼성그룹, SK그룹, LG그룹 또한 이러한 결정에 합류했다. 당초 지급일보다 앞당기는 것은 협력사나 가맹점에 실질적인 혜택이 된다. 2·3차 협력사들까지 대금을 일찍 받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지급일보다 10일이나 20일을 앞당겨 명절 대목 전에 집행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로서는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크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조차 빼앗기리라.’ 조기 지급은 성경에서 유래한 경제의 마태효과를 완화하는 데도 기여할 좋은 신호다. 납품대금 외에 동반성장펀드 운영, 중소기업 대상 100% 현금 결제 등을 도입한 기업도 있다. 각도를 달리해서 협업과제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형 스마트공장은 좋은 상생 모델이다. 곳간을 열든 상생을 하든 시장 원리와 동떨어져 대기업 팔 비틀기처럼 되면 오래 가지 못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연동제 등의 현안 역시 그런 기조로 풀면 좋겠다.

핵심가치를 무시한 채 갑(대기업), 을(중소기업)만 따지려 들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협력사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직원 역량 개발을 지원하거나 일감, 금융, 기술경쟁력, 협력사 동반 진출 등 상생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중소기업은 납기를 잘 지키는 걸로 보답하면 상생의 선순환이 되지 않을까. 납품대금 조기 지급은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과 성장에 필요한 팀코리아 정신을 보여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