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뮤지컬 ‘물랑루즈’ 사틴 아이비·김지우 “카오스 끝에 행복한 무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12-12 18:30 수정일 2022-12-12 18:30 발행일 2022-12-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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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People] 무대 위 프리마돈나! 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부인 전미도, ‘물랑루즈’ 사틴 아이비·김지우
뮤지컬 물랑루즈 아이비 김지우
뮤지컬 ‘물랑루즈’ 사틴 역의 아이비(왼쪽)와 김지우(사진제공=CJ ENM)

“기억하기도 싫어요. 진짜 1차 오디션에서 너무 떨기도 했고 무대공포증이 더 심해질 것 같았거든요. 어차피 떨어질 것 같은데 가지 말까 생각할 정도였죠. 사실 뮤지컬계에 이미 ‘누가 내정이 돼 있다’는 등 소문이 돌았었거든요. 그 동안의 오디션을 볼 때는 늘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이 작품은 왠지 안될 것 같은 확신에 차 있었어요. 그래서 오디션도 보기 싫었죠. 소가 도살장 끌려가듯, 영어로 외운 가사가 아까워서 갔어요.”

1년여의 오디션 과정을 거쳐 뮤지컬 ‘물랑루즈’(Moulin Rouge! The Musical, 12월 20~2023년 3월 5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사틴으로 발탁된 아이비에 이어 김지우까지 “정말 처음 접하는 방식의 오디션이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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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사틴 역의 김지우(사진제공=CJ ENM)

◇1년여의 지난했던 오디션 “지금도 실감이 안나요!”

“자려고 누웠다가 다시 보고 정신병이 걸릴 것처럼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저 역시 영어로 외운 가사가 너무 아까워서 갔더니 2차부터는 한국어 가사로 오디션을 보겠다는 거예요. 정말 짜증나는 오디션이었죠.”

1차의 영어 노래, 2차의 한국어 노래에 이어 ‘연기만을 보고 싶다’ 등의 요구들로 아무도 없는 카메라 앞에서 혼자 죽어가는 연기, 크리스티안을 유혹하는 연기 등을 해내며 김지우의 표현대로 “카오스”를 겪은 끝에야 두 사람은 ‘물랑루즈’의 프리마돈나가 됐다.

“재미있기도 했어요. 바로바로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주시고 다른 방향성을 주셨거든요. 톤이 너무 높으니 좀 낮춰서 해보면 어떨까, 비브라토를 좀 빼고 가볼까요 식으로 디렉션을 받고 바로 해보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극도로 혼란스럽고 새로운 방식의 오디션 끝에 캐스팅 소식을 접한 김지우는 아이비의 표현을 빌자면 “대성통곡을 했다.” ‘물랑루즈’는 1890년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벨 에포크에 자리한 클럽 물랭루주의 스타 카바레 여배우 사틴(아이비·김지우)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홍광호·이충주)의 비극적인 로맨스다.

CJ ENM이 ‘킹키부츠’ ‘빅 피쉬’ ‘백투더퓨처’ ‘MJ’ 등과 함께 초기 개발단계부터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으로 2001년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 이완 맥그리거(Ewan McGregor) 등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매시업(여러 노래를 이어붙이는) 방식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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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공연(사진제공=CJ ENM)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뮤지컬화를 한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팔로업했어요. 2019년에는 브로드웨이에 가서 공연을 보기도 했죠. 눈이 두 개인 게 아까울 정도였고 귀국 비행기 시간을 하루 늦춰서라도 다시 보고 싶을 만큼 빠져 들었어요.

이렇게 전한 김지우는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서야 남편이 제가 ‘나 무대 뒤에서 빗자루질이라도 하면서 이 공연에 참여하고 싶어’라고 했다는 얘기를 해주더라며 그 정도로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연습을 하고 있는 지금도 현실적으로 느껴지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이비는 “저는 오히려 너무 기대를 안해선지 연습을 시작할 때까지 실감이 안났고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기대를 저 밑바닥까지 내려놓다 보니 겸손해졌던 것 같다”며 “지금도 사실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동의를 표했다.

◇영화 보다 강인하고 디바스러운 사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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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font-weight: normal;">뮤지컬 ‘물랑루즈’ 브로드웨이 공연(사진제공=CJ ENM)

“영화와 뮤지컬은 사틴도, 내용도 좀 달라요. 사틴의 좀 더 강인하고 디바스러운 면을 부각시키고 있죠.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물랑루즈를 살리기 위해 강인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모습, 공작과 크리스티안 사이의 갈등, 삼각관계 등 드라마적인 재미가 더해질 예정이에요.

이렇게 전한 아이비는 영화에서는 크리스티안만 사랑했다면 뮤지컬에서는 몬로스 공작(손준호·이창용) 역시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져서 그 갈등이 보다 극적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보다는 좀 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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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 사틴 역의 아이비(사진제공=CJ ENM)

김지우 역시 “남녀의 사랑 뿐 아니라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갈등, 가족 같은 이들에 대한 사랑 등 커다란 의미를 가진 사랑 이야기”라고 말을 보탰다.

‘물랑루즈’는 곡에 맞춰 내용을 꾸리기 보다 스토리에 맞춰 여러 곡을 이어 붙인 매시업 방식의 뮤지컬이다. 원작 영화에서 재해석한 히트 팝 음악과 엘튼 존, 시아(SIA), 비욘세, 레이디 가가, 아델, 리아나 등 70여곡의 팝송과 ‘위 아 영(We are Young)’, 폴리스의 ‘록산느(Roxanne)’,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Material Girl)’ 등이 믹스매치된다.

“어려서부터 들은 노래들이 섞여 있는데 매시업된 느낌이 안들어요. (1막 마지막 곡으로 20여곡이 매시업된) ‘코끼리 러브 메들리’(In the Elephant: Elephant Love Medley)를 처음 들을 때는 왜 안어색하지 싶을 정도로 원래 한곡 같아요”

이어 “예를 들자면 이문세 선배님의 ‘붉은 노을’을 부르다가 갑자기 빅뱅의 ‘거짓말’을 이어 부르는 건데 어색할 수 있는 그 조합이 왜 안어색한지 신기했다” 덧붙이는 김지우에 아이비 역시 “노래방에서나 보던 노래를 직접 부르면서 신기하고 스토리랑 잘 조화돼 재밌다”고 말을 보탰다.

“상황에 맞춘 가사의 곡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서 매시업해주셨어요. 제가 이 노래를 부른다는 자체로 울컥 울컥 하곤 하죠. 사실 개막을 앞두고는 신경쇠약에 걸릴 것만 같을 정도로 힘들어요. 기술적 합도 중요하고 한치의 오치도 허용하지 않는 공연이라 걱정도 많아요.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느낌이죠. 그럼에도 연습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제가 너무 행운아라는 걸 새삼 느껴요. 재밌고 행복한 이 경험을 최대한 즐기고 싶어요. 그리고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 이 감정을, 관객들과 빨리 나누고 싶어요. 기대를 많이 하고 보셔도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