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인실 특허청장 “일본 누르고 2027년 세계 3위 IP 강국 목표”

곽진성 기자
입력일 2022-11-27 14:50 수정일 2022-11-27 15:36 발행일 2022-11-2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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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장에게 듣는 3대 IP 강국 포부…그 전략을 듣다
반도체 분야 특허 우선 심사 시행·퇴직인력 심사관 채용 계획
우선심사,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다른 첨단기술 분야 확대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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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사진=이철준 기자)

기술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특허경쟁이 월드컵 축구 현장처럼 뜨겁다. 전통 지식재산 강국들의 각축전 속에 이들의 아성(牙城)을 넘어서려는 신흥강자, 우리나라의 노력도 치열하다. 자연스레 한국 지식재산의 미래를 짊어진 특허청의 활약이 주목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25일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의 뼈대인 반도체 분야의 우선 심사 시행·퇴직인력 심사관 채용 계획 등 특허청의 비전에 대해 명확한 전략을 제시했다. 월드컵 4강 신화만큼 빛날 세계 3위의 꿈. 오는 2027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지식재산(IP)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 청장은 인터뷰를 통해 그 밑그림을 풀어냈다.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이달부터 반도체 분야 우선 심사가 시행됐는데.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다양한 첨단기술에 대해 신속하게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우선심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분야에 대해 범 부처적 지원이 필요한 점을 고려해, 반도체 분야부터 먼저 우선심사를 시행하고 있다.”

-기술분야 확대 등 향후 계획은.“지난 1일부터 반도체 분야는 우선심사가 시행됐고, 특허 심사 착수 기간이 2.5개월로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허법·실용신안법 시행령을 개정해 다른 첨단기술로 확대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우선심사 대상 ·신청기간을 특허청장이 정해 공고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앞으로 인력 증원 상황, 산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다른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도 검토해 나가겠다.”

-최근에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 “(지난 21일 열린 세미나는) 여야 국회의원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도체는 첨단기술의 근간이자 산업의 쌀로, 국가의 명운을 걸고 국회가 합심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지식재산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특허청도 반도체 지원의 정부 시책에 맞춰 반도체 특허 우선심사, 반도체 퇴직인력 심사관 채용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내년에는 배터리, 바이오 등 반도체 플러스 분야로 그 성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앞으로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빠르고 확실하게 지원 정책을 펼쳐 나가겠다. ”

-기술패권시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해 특허청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핵심기술 해외 유출방지 등을 위한 반도체 퇴직인력 심사관 채용 계획이 궁금하다

“현 정부의 반도체 플러스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반도체 분야 특허출원에 대한 심사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으나 심사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장 경험과 기술 전문성을 고루 갖춘 민간 퇴직자는 특허심사에 즉시 투입 가능한 최적의 인력으로, 이들을 심사관으로 채용하면 해외 이직에 따른 기술 유출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청도 고경력 기술자를 심사관으로 활용하면 심사 업무내실화에 기여도가 클 것으로 확신한다. 취임 초부터 반도체 분야 퇴직인력의 심사관 채용을 추진하여 행안부·기재부와 협의과정을 거쳐, 현 정부의 인력 운영 기조를 반영해 30명을 우선 선발해 내년 3월 심사투입 목표로 채용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는 현 정부의 반도체 관련 정책 중 가장 속도감 있게 추진된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 성과다. 30명 채용 이후에도 관계부처와 지속 협의해 민간 퇴직인력의 심사관 채용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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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인실 특허청장.(사진=이철준 기자)

-한국에서 3년 만에 ‘한·아세안 특허청장회의’가 열렸다. 의의와 성과는“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께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새로운 대(對) 아세안 정책인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발표한 직후 아세안 10개국 특허청장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주최국인 우리나라 주도로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새로운 협력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 특허청장은 유엔(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현을 위해 지식재산 기반의 혁신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청소년, 대학생, 직장인 등 연령대별로 맞춤형 지식재산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신기술의 발전에 따라 미래 지식재산제도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의체 구축에 합의했다.”

-앞으로 한중일 특허청장 회의(22차)도 예정돼 있다. 회의에선 어떤 이슈가 논의될 예정인지“제22차 회의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개최되며, 특허, 상표, 디자인, 심판, 교육 등 각 분야별 실무회의에서 그간의 논의사항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특허청이 주도해 지난해 회의에서 합의된 바 있는 ‘탄소중립을 위한 지식재산분야 협력’과 관련해 부대행사로 유저 심포지움이 개최된다. 탄소중립에 대한 협력논의는 한·중·일 특허청장 회의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국익에 부합하는 성과를 도출하고, 지식재산 분야 선도국가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이 화제다. 특허청도 사우디와 협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시 사우디지식재산청(SAIP) 청장과 차장도 같이 방한했다. 당시 한국 특허청과 사우디지식재산청은 지식재산분야 협력계약을 체결했고, 그간 특허청 심사관 15명을 파견해 사우디의 지식재산 기반 구축에 기여해왔다. 인도 당시 한국여성발명협회장으로서 사우디지식재산청 차장과 여성발명 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등 사우디와 협력의 시작을 함께한 인연이 있다. 또한 올해 1월 ‘강화된 전략적 동반자협정’ 체결하고, 지난 7월 사우디지식재산청장과의 양자회의를 통해 사우디와의 협력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허청은 사우디와의 긴밀한 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중동국가와 개도국에도 지식재산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6개월 간, 대내적으론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며 주요국 대비 우리청의 과중한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반도체 퇴직인력 심사관 채용 등 심사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대외적으론, 지난 8월 우리나라 지식재산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비전과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우리청의 지향점을 명확히 한 것도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를 발판삼아, 오는 2027년 일본을 누르고 세계 3위 지식재산(IP) 강국이 되는 게 목표이며,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정책이 연속성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곽진성 기자 pe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