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20원대 상승세 주춤했지만…“고점통과는 시기상조”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10-31 14:37 수정일 2022-10-31 17:41 발행일 2022-11-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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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위안화 달러 대비 가치 하락…아시아 외환시장에 우려 확산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강달러 고점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원 오른 1423.0원에 개장해 장중 142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며 보합세를 나타냈다. 환율은 최근 일주일(10월21일~28일)간 18.30원 하락한 바 있다.

최근 환율 상승이 주춤해진 배경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연준 내부에서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 대두되면서 시장의 부담감이 덜어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1일(미 현지시간) “연준이 11월 FOMC에서 예상대로 4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12월에는 그보다 작은 폭의 금리인상 여부와 방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보도했다. FOMC 회의 전까지 연준 위원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금지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연준은 시장의 반응을 보거나 메시지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WSJ 보도를 종종 활용해 왔다. 때마침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금이 (금리인상폭의) 단계적 축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속도조절 논의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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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이른바 ‘피봇’(pivot·입장 선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있었다”며 “중국에서는 위안화 개입에 나섰고, 월말 네고물량도 있어 시기적으로 특수한 영향이 있었다”고 보았다.

달러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 수준에 비해 달러가치가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달러의 고점 통과를 속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연준의 기조전환을 가져올 만큼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석현 연구원은 “근원 물가가 하락하지 않고 버틴다면 연준의 기준금리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생각했는데 수개월뒤 다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원 연구원은 “물가나 특히 근원물가가 확실히 꺾인 상태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상황까진 아니어서 11월 FOMC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메시지가 시장의 기대만큼 도비쉬(비둘기파적)하지 않을 수 있다”며 “FOMC 이후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았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도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지속, 견조한 미국 노동시장, 쌍둥이 적자 개선 추세 등 달러 강세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고점을 지났다고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달러를 견제할 통화가 없다는 것도 당분간 강달러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이다. 긴축을 강화하는 미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최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는 등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했다. 미국의 정책금리(3.00~3.25%)와 3%포인트 이상 벌어지면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파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경기 하락 등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3.85%에서 3.65%로 인하했고 최근까지 동결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에서 58%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도 강달러를 견제하지 못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침체 우려로 고강도 긴축을 강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 연구원은 “중국은 시진핑 1인체제를 확립한 후 국가안보, 기술자립을 강조했는데 시장에서는 민영 기술기업에 대한 통제 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제로코로나 정책도 고수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며 “일본은 완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도 에너지위기가 해결될지 겨울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최소한 달러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되고 시장이 우려하는 수준의 큰 경기침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달러가 아래쪽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