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명품 플랫폼 업계…생존 싸움 시작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2-10-19 15:21 수정일 2022-10-19 15:22 발행일 2022-10-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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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 속 빅3 플랫폼 후속 투자 유치
거세지는 경쟁 강도 속 수익성 강화 박차
발란
발란이 지난 14일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사진제공=발란)

투자 시장 위축과 신뢰도 하락 속에서도 명품 플랫폼 업계가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며 급한 불을 껐다. 다만 아직까지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다 기존 유통기업들도 명품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어 생존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품비 과다 부과 논란 등으로 최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까지 불려갔던 발란은 지난 14일 총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신한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기존 투자자들이 후속 투자에 참여하며 발란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총 735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지난 투자에 비해 규모는 작아졌다. 발란은 1년 전인 지난해 10월 시리즈B 투자로 325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투자 유치 금액이 75억원 줄어든 것이다. 당초 목표로 한 기업가치도 8000억원이었지만,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실제 평가 받은 기업 가치는 3000억원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간 대비 각각 5배나 증가한 3812억원의 거래액과 225만명의 회원 수를 기록했지만 해외 배송 상품에 과도한 반품 비용을 부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는 등 신뢰도에 금이 갔다. 이 일로 최형록 발란 대표가 올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소비자 청약철회권을 보장하겠다고 소명하기도 했다.

발란 외 다른 플랫폼들도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후속 투자 유치를 마쳤다. 머스트잇은 지난 6월 CJ ENM 커머스부문으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트렌비는 8월에 350억원 규모의 D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들 명품 플랫폼들은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수익성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과도한 출혈 경쟁을 감수했다. 이로 인해 유일한 흑자 기업이던 머스트잇마저 지난해 100억원의 적자를 냈고, 트렌비와 발란은 각각 330억원, 1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3사가 지난해 광고비로 지출한 비용은 62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시장 경쟁으로 인해 투자 유치 이후에도 생존 가능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사 외에 캐치패션, 구하다 등의 후발주자도 등장했다.

여기에 롯데, 신세계 등 기존 유통 강자들도 최근 들어 명품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명품은 객단가가 높기 때문에 기존 유통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이에 롯데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 롯데온은 이번에 대대적인 화면 개편을 진행하며 명품 전문관인 ‘온앤더럭셔리’를 첫 화면에 배치했다. 지난 8월 SSG닷컴은 명품 카테고리를 주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명품 전문관 ‘SSG 럭셔리’를 오픈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온라인 명품 구매 수요층이 탄탄해지고 있고, 리셀(되팔기) 시장까지 성장하고 있어 플랫폼사들이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결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빅3’로 정리된 것처럼 온라인 명품 플랫폼 기업도 경쟁력에 따라 살아남는 기업과 도태되는 기업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