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에 빛나는 SK ‘역발상 투자’에 박수를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9-07 14:06 수정일 2022-09-07 14:06 발행일 2022-09-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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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경제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국내 경제도 곡물과 원자재 파동에 물가와 금리 급등까지 겹쳐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 재정은 메말라가고, 가계 소비여력도 한계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마지막 남은 경제주체 ‘기업’이 다시 본격 투자에 나서기로 해 큰 위안이 된다.

SK하이닉스가 최소 15조 원을 투입해 2025년까지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M15X’를 짓기로 했다. 꽁꽁 얼어붙은 최근 반도체 경기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3년 후 업황 개선을 노린 경영 판단이라니 박수 받아 마땅하다. 위기와 불황에 과감히 투자하는 ‘역발상’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고대했던 ‘기업가정신’이다.

SK의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말 M17 공장 투자 보류로 확산되었던 대기업 투자 연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라 더욱 반갑다. 반도체 2위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승부수를 던진 SK 덕분에 승수효과도 기대된다. 국내에 6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던 삼성전자 등 여타 기업들이 보다 과감한 국내투자에 나설 계기가 되길 희망 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내 10대 그룹이 향후 3~5년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투자 규모가 700~800조 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라도 국내에서 투자가 이뤄진다면, 갈수록 기력을 잃어가는 우리 경제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십만 명의 신규 고용 창출은 덤이다.

그러러면 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는 ‘초격차 기업’이 아니면 살아 남기 힘들다. 최악의 생산성에도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노사관계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실을 노조 측에 물을 수 없도록 하는 입법이 진행되는 나라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대규모 투자와 고용에 나서길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기업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공세를 이겨내려면, 알량한 기업의 애국심에 호소할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대부분을 국내에서 세금으로 내는데도 기업을 여전히 파렴치 집단으로 보는 시각이 개선되지 않는 한 기업의 애국심은 요원한 일이다.

기업이 다시 국내에 투자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절실하다. 반기업 입법을 자제하는 정치권 협조도 절박하다. 기업을 있는 그대로 봐주어야 기업도 신명나게 다시 뛸 수 있도록 해 주자. 기업이 약속한 대단위 투자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감시하되 그들의 노력에는 흔쾌히 박수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