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장중 1352원 돌파… 외환시장 변동성 주목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8-31 16:01 수정일 2022-08-31 16:02 발행일 2022-09-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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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연고점 경신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1,350.8원)을 경신한 3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화약세(달러강세) 현상이 재차 두드러지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미국의 긴축 가속화 우려로 원·달러 환율이 31일 장 초반 1352원 선까지 넘으면서 장중 연고점을 재차 경신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9.1원 내린 달러당 1337.6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3.3원 오른 1350.0원에 출발, 오전 한때 1352.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29일의 장중 연고점(1350.8원) 기록이 2거래일 만에 깨진 것이다. 장중 기준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환율은 오전 11시 30분 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월말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출회되고,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약세 방어 움직임에 원화 약세가 진정되며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잭슨홀 미팅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강경한 긴축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달러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밤 사이 발표된 미국 구인건수 증가, 소비자 심리지수가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추진해야 되는 이유로 시장에서 해석되면서 미국 증시가 많이 하락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전날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재반등 했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채용공고는 1123만9000건으로 집계돼 전월(1104만 건) 보다 증가했다. 시장예상치(1040만 건)도 100만 건 웃돌았다. 8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03.2를 기록해 전월(95.3) 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고, 시장 전망치(97.4)도 크게 웃돌았다.

금융시장의 예상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50bp 금리인상) 보다는 3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으로 기울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이 전망하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75bp 올릴 확률은 68.5%였다. 9월에 50bp 인상할 가능성은 31.5%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강세의 원인에 대해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통화정책, 기준금리 인상 일정 등이 외환시장에 직접적으로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해서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전반적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그 힘을 제어할 수 있는 통화가 유로화나 위안화인데 유럽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에 준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고 중국은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가니 두 통화가 달러 강세를 제어해줄 수 있는 힘이 약해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공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달러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금일 1350원대를 돌파했으니 다음 저항선은 1370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300원대 레벨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여기서 추세적으로 계속 올라갈지 여부는 경기침체의 깊이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130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하다가 4분기 말로 갈수록 강달러 요인들이 완화되는 부분이 반영되면서 13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달러화 강세의 배경으로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한 연준의 강경한 긴축 기조, 유럽을 필두로 글로벌 경기불안 확대, 위험회피 강화에 따른 달러화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배경에 따라 달러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단기간내 달러화 강세 기조가 누그러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수급측면에서도 달러화 공급은 줄어들고 있는데 달러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하반기 원·달러 환율 수준을 1270원~1380원으로 전망하면서, 변동폭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백석현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 수준을 1340원~1370원대로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유럽이나 중국발 악재가 중첩되면 환율 상단이 1400원에 가까이 갈 수도 있지만, 유럽이 최근처럼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 전력계획을 발표하거나, 중국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등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는 방향성이 나온다면 1400원 돌파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예상했다.

김수환·장민서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