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방한 ‘론스타 분쟁’… 남은 국가소송 선례되길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31 15:20 수정일 2022-08-31 17:57 발행일 2022-09-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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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끌었던 ‘론스타 분쟁’이 사실상 한국 정부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 판정부가 론스타 측 손해배상 청구액의 4.6%인 2억 1650만 달러만을 지급하라고 판정한 것이다. 배상금 완납 때까지 물어야 할 이자까지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론스타 측에 물어야 할 금액은 30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46억 7950만 달러의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2년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했었다. 당시 금융위원회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고의로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고 매각가격을 내리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당시 외환은행은 자기자본비율(BIS)이 8%를 밑도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다. 정부로선 독자생존 가능성이 사라진 외환은행을 그대로 둘 수 없었기에, 론스타의 주주 자격 시비에도 불구하고 특별승인까지 해 주었다. 그렇게 도와주었는데 이내 매각 차익을 노리고 재매각 협상을 추진하는 론스타를 보며 정부나 국민들이 공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번 소송은 애초부터 부당한 조치였다. 당시 정부는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재매각 추진 과정에서 ‘국익’을 위해 정부가 가진 권한과 책임 내에서 정당한 행정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이를 부당한 개입이라며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은 우리를 너무 가볍게 본 처사였다.

더욱이 당시 외환은행은 주가조작 사건 등 형사재판을 진행 중이었다. 판결 전까지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상식적인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 같은 상황이 판정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다. 애초에 책임 있는 행정을 한 정부와 담당자들이 불이익을 당해선 안되는 사안이었다.

우리에게 3000억 원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국민 혈세와 기업 혈세에서 나가야 하는 돈이다. 그나마 선방한 덕분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차제에 이번 판결을 꼼꼼하고 세세하게 분석해 향후 국가 소송 대응의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판정부에 이의제기를 하기로 한 것도 옳은 판단이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제 소송 규모만 수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그에 관여된 기업들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디 이번 판정이 향후 우리의 남은 국가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