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전기차 협상, 민관 전방위 총력전 펼쳐야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30 14:00 수정일 2022-08-30 14:00 발행일 2022-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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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빼기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탓에 정부와 산업계가 분주하다. 큰 타격을 입게 된 업계가 현지 생산체계 구축 일정을 앞당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 실무 대표단도 워싱턴으로 날아가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산업부 장관도 곧 미국행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도 다음달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할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 법을 수정토록 하는 데 정부의 궁극적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는 매우 실망스럽다.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설비의 자국 내 유치를 강력히 추진해 왔음을 수 차례 목도하고도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뒤통수 맞았다”는 식의 변명은 온당치 않다. 민간과 정부가 관련 정보를 면밀히 공유하지 못해 나온 결과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조치는 민관 협력 하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 외에 없다. 이미 법안이 발효된 상황에서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도출될 지는 의문이지만, 일단은 양국 정부간 고위급 협의 채널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중구난방식 대응 보다는 협상 채널을 일원화해 총력 대응해야 할 것이다.

법안 이행을 위해 필요한 시행령 등 하위규정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제반 조치를 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 법안 개정까지는 절차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감안해, 필요하다면 한인 사회의 협조를 얻어서 라도 현지 여론을 우리에 유리한 쪽으로 가져갈 필요성도 있다.

내국민 대우 및 최혜국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과 연대해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이 반대해 WTO 최종심인 상소기구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글로벌 투자와 교역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은 꾸준히 제기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해 보인다.

지금은 전방위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민관이 없고, 여야가 없어야 한다. 특히 이번 사태를 민관 글로벌 공조체계를 새롭게 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Made in America’는 반도체와 전기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긴밀한 민관 공조와 선제적 대응만이 거센 글로벌 파고를 넘는 기반이라는 게 이번 사태의 교훈임을 잊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