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새 대표, 소통·협치 약속 꼭 지키길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29 14:06 수정일 2022-08-29 14:06 발행일 2022-08-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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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의원이 총 득표율 77.7%라는 엄청난 지지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올랐다. 대선 패배, 총선 셀프 공천 논란 속 국회의원 당선에 이어 마침내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됐다. 이재명 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위주로 새 최고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민주당은 이제 ‘문재인의 당’에서 ‘이재명의 당’으로 바뀌게 되었다.

신임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당의 재건과 협치를 각별히 강조했다. 잇단 선거 패배와 계파 간 갈등으로 불거진 당을 수습하고 다시 수권정당으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민생에 관한 한 자신도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포괄적 협치’를 공언한 것이다.

강성 이미지의 이 대표가 협치를 각별히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다. 대권과 당 헤게모니를 놓고 다투었던 세력들과 적극 소통하고 협치하겠다는 그의 약속은 “이재명답다”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여러 흠결과 사법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까지 그를 올라오게 했던 자신감과 실리적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 연설이었다.

하지만 그의 약속을 이뤄지려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과도한 팬덤 정치가 가져 올 ‘이재명 사당화’ 가능성부터 없어져야 한다. 그의 사법 처리를 막으려 당헌 투표 결과까지 번복하게 만든 게 지지세력들이다. 꼼수 보다 합리적 판단에 따르도록 단속할 사람이 어디에도 안보인다.

민생 정치에 협조하겠다는 그의 약속도 미지수다. 그는 “국민의 삶이 단 반 발짝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나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국회에선 부자 편 가르기 하느라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세제 개편안, 1주택자 종부세 완화법안 등이 반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다. 대장동 의혹 등 그를 둘러싼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당장 경찰은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과연 그가 약속한 ‘협치’가 제대로 이뤄질 지 모를 일이다.

이런 난관에도 이 대표가 약속을 지켜간다면 ‘큰 정치’를 하는 인물로 인식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권력욕에 빠진 또 한 명의 정치인 정도로 남게 될 것이다. 그는 민주당이 왜 정권을 내 주었는지 대선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지켜보았다. 그렇기에 과거의 민주당과는 다른 민주당을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그가 만들려는 것이 그저 ‘강한 민주당’이 아니라 ‘합리적인 민주당’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