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폭등 없도록 환율 방어에 최선을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24 14:02 수정일 2022-08-24 14:03 발행일 2022-08-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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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까지 구두 개입에 나섰음에도 23일 원·달러 환율이 1345원을 훌쩍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더니 24일에는 반대로 큰 폭 하락으로 출발하며 출렁였다. 분명한 것은 추세적으로 강한 오름세이고, 우리로선 마땅한 방어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곧 1380원 이상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파른 환율 상승세는 안전자산 선호 수요에 더해 투기 수요까지 가세한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만큼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투자수단이 없다. 더욱이 우리 외환 수급과는 완전 별개로 외생적 변수가 주요인이다 보니, 상승 흐름 자체를 막기에 역부족이다. 인위적으로 누를 경우 부작용마저 우려된다.

문제는 고물가다. 높은 환율은 수입가격을 끌어 올린다. 물가당국이 할당관세제를 확대해 수입물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지만 최근의 환율 급등 탓에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 관세혜택을 받은 수입육이 이전보다 더 비싼 것이 예사다. 정부는 9월이나 10월을 물가 정점 시기로 낙관했었으나 ‘가능성 제로’다.

특단의 물가 대책이 필요한 때다. 달러 가격 추가 상승에 미리 대비하지 않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농심조차 원재료값 상승을 이유로 라면 값을 크게 올렸고, 이런 추세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 뻔하다. 물가 안정을 위한 환율 안정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 가장 우려해 왔던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환율 시장 구두 개입은 언제나 효과가 제한적이다. 급하다고 외환보유액을 풀었다간 아까운 외환보유고만 축낼 판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물가 폭등을 지켜볼 수도 없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투기세력의 시장 개입을 차단하고 특단의 리스크 관리에 매진하는 일이다. 환율 상승 속도를 최대한 더디게 하는 게 현재로선 차선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외 공조다. 역외 투기 세력 유입을 막으려면 국내외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가 필수다. 한미 통화스와프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덕수 총리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모두 “지금은 외환 위기가 아니다”라며 필요성을 부정했지만, 실제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추진 자체가 효과적인 구두 개입일 수 있다.

“우리 펀더멘털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큰소리 치다 외환위기를 맞았던 과거를 곱씹어 보자. 물론 그런 최악의 상황이 되도록 내버려 두어선 안되겠지만, 시장의 리스크를 줄일 대책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할 때다. 폭등하는 물가에 이미 허리가 휜 서민들을 위해서라도 환율 방어는 현 경제팀의 대단히 무거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