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명무실 여야 중진협의체, ‘협치’ 돌파구로

사설 기자
입력일 2022-08-21 14:08 수정일 2022-08-21 14:08 발행일 2022-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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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여야 중진협의체 운영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끝 없는 여야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는 근본 취지에 윤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했다고 한다. 실종된 ‘협치’의 복원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제안자가 야당 소속 김진표 국회의장이라는 점이 더욱 기대를 갖게 한다. 그는 어느 새 대세가 돼 버린 빗나간 팬덤정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여야 중진들이 풍부한 정치 경험과 경륜을 기반으로 갈등 중재 역할을 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2014년 이미 국회 규정에 설치 근거도 마련해 놓았으니 구성에 걸림돌도 없다. 김 의장은 빠르면 9월 정기국회 전에 여야 지도부에 중진협의체 가동을 공식 제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회 사무처는 이미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고 한다. 국회의장단과 여야 5선 이상 중진 의원,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등이 상시 참석하고 필요시 국무위원을 참석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꽉 막힌 여야관계에 돌파구를 찾고, 특히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윤 대통령이나 여당 입장에서는 이런 협의체를 통해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야당 역시 정부의 일방적 개혁 추진을 견제할 수 있는 숙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거부할 명분이 없다.

다만, 극단이 일상화된 현 정치상황에서 이 협의체가 얼마나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상대편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예민하다. 국회에선 이번 주부터 극렬한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대통령을 겨냥한 각종 국정조사 요구에 검찰 수사권 회복 시도에 관한 논란 등 여야 조율이 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

‘중재자’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상설 협의체화가 그래서 더더욱 요구된다. 협치는 물론 정치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이 협의체는 꼭 필요하다. 과반 의석수를 앞세워 야당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벼르는 민주당이나, 거대야당의 파상 공세에 전 정부 비판으로 고루한 역공에만 의존하려는 국민의힘 모두 전향적인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중진협의체 구성은 난망하다. 대통령과 국회 수뇌부가 공감한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여야 지도부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사사건건 상대 발목을 잡으려는 후진 정치에서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 지금은 여야 협치와 정치의 정상화가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건강한 파트너십을 위한 여야 지도부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