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정점론에도 원·달러 환율 당분간 박스권 전망, 왜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8-11 10:44 수정일 2022-08-11 10:51 발행일 2022-08-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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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급등에 구매력 기준가치↓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에서 40년 만의 ‘최악’이었던 미국의 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며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전월(9.1%)과 시장전망치(8.7%)를 모두 밑돌았다. 전월대비로도 0.0%로 변동이 없었다. 특히 헤드라인 CPI 뿐만 아니라 코어(근원) CPI도 5.9% 상승하면서 시장예상치(6.1%)를 밑돌았다. 전월비 상승률은 0.3% 상승에 그쳐 둔화된 물가 상승세를 보였다.

물가의 정점 통과 가능성에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정책전환 기대감도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지시간 10일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기존 68%에서 42.5%로 하락한 반면,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32.0%에서 57.5%로 상승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0.50%포인트 인상으로 보고 있다”며 “기존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보다는 선회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달러화가 약세 기조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초반 1300원 아래로 하락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일단 CPI 지표 자체는 정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오고 나서 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이 0.5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넘어갔던 부분이 이번에 물가지표로 다시 0.50%포인트 인상 전망으로 돌아왔다”며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만한 명분은 사라진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물가상승률 둔화로 연준이 곧바로 정책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김상훈 연구원은 “물가가 7월 한달 꺾였다고 해서 연준이 도비시한(비둘기파적) 스탠스로 전환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연준 인사들도 매파적인 발언들을 내놓으면서 시장금리가 내려갔던 부분을 되돌렸다”고 말했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나 카시카리 미네아폴리스 연은 총재 등 연준 인사들은 여전히 물가 안정을 확신하지 못하면서 통화긴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백석현 연구원은 “시장이 안도할 수 있는 물가 지표가 나오긴 했으나 여전히 주거비나 임금상승 추세를 볼 때 인플레이션 하락을 얘기하긴 시기상조 같다”며 “인플레가 정점을 찍었을지는 몰라도 연준의 물가목표인 2%에 빠르게 다가서느냐는 또 다른 문제로, 여전히 다음달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고 환율이 아래쪽으로 크게 하락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짚었다.

백 연구원은 이어 “연준 이외에 또 다른 변수는 반도체 경기가 빠르게 꺾이고 있는 것인데, 미국 증시에서도 대표기업인 엔비디아, 인텔 등이 향후 가이던스를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하락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상당히 이어질 것 같다”며 “인플레 지표도 아직 안도하기 힘든 반면, 미국 증시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이어지는 부분은 달러가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변수라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300원 이하에서 오르내리면서 박스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