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메타버스 하드웨어 개발 경쟁 치열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2-07-31 16:07 수정일 2022-07-31 16:15 발행일 2022-08-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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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자업계가 메타버스용 하드웨어 개발 경쟁에 속속 합류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의 패러다임이 콘텐츠에서 하드웨어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빅테크들의 기기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 역시 메타버스용 기기와 디스플레이 시장에 대한 진출을 본격적으로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기와 플랫폼에 대한 연구와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도 적극적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내부적으로 메타버스용 하드웨어에 장착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개발 및 연구를 진행해 온 상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메타버스용 하드웨어에 탑재할 제품으로 마이크로 OLED(OLED on Silicon, OLEDoS) 디스플레이에 주목하고 있다.

OLEDoS는 1인치 이하의 디스플레이로, 유리 기반 박막트랜지스터 백플레인 대신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한다. 따라서 화소의 크기를 기존의 10분의 1수준까지 줄여, 매우 작은 화면에서도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 LCoS(liquid crystal on Silicon)의 경우 응답속도가 느리고, 색감이 떨어져 최근에는 OLEDoS가 각광을 받는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28일 열린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마이크로 OLED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중장기 전략으로 스마트폰 OLED 패널과 AR·VR 등의 메타버스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지난달 OLEDoS를 생산하기 위한 증착기 등 일부 장비를 장비업체인 선익시스템 등에서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도 AR용 OLEDoS를 선보인 바 있다.

최근 메타는 물론 애플과 삼성전자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메타버스용 하드웨어 기기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 확대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애플은 1세대 XR(확장현실) 기기에 이어 2024년 출시를 목표로 2세대 XR 기기 개발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는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도 메타버스용 OLEDoS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도 차세대 메타버스 기기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도 종합기술원에서 개발한 홀로그램 AR 기기에 대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메타의 자회사인 오큘러스VR 출신의 광학기술 전문가를 자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 빅테크들의 메타버스 기기 개발 열풍에는 메타버스 핵심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바르세로나에서 열린 ‘MWC 2022’에서 “메타버스 기기가 요즘의 화두”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이 과거 아이폰 보급을 이끌며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것처럼, 메타버스 역시 일정 수준의 하드웨어 기기가 보급 되어야 관련 생태계의 개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컨설팅전문기업인 ‘맥킨지 앤드 컴퍼니’는 지난해 6월 발간한 관련 보고서에서 기존에 강조되어 온 메타버스 콘텐츠에 앞서, 개발 플랫폼 등 ‘기반 기술’과 ‘인프라 및 하드웨어’ 시장이 우선 형성될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의 회의론에도, 결국 시장에 먼저 진입한 기업들이 향후 메타버스를 정의하고 산업을 재편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