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그라운드] 테크니컬하고 섬세하게 그리고 드라마틱하게!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7-26 18:30 수정일 2022-07-28 16:12 발행일 2022-07-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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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마르크 박세은 리오넬 델라노에 1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2022 에투알 갈라’ 기자간담회의 폴 마르크(왼쪽부터), 박세은, 발레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발레 애호가였던 루이 14세부터 이어진 프랑스 발레는 춤을 세련되게 발전·정립시켰어요. 테크니컬하고 세련됐으며 극적인 요소가 강점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고전발레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발레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Lionel Delanoe)는 프랑스 발레의 강점에 대해 “테크니컬, 스타일리시, 드라마틱”으로 정의했다.

동양인 최초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로 활동 중인 박세은 역시 “프랑스 발레는 좀더 엘레강스하고 정확성을 요구하면서도 섬세하고 세련된 춤을 추는 것 같다”고 동의를 표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2022 에투알 갈라’에서 선보일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를 연습 중인 폴 마르크(왼쪽)와 박세은(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두 번째 요소는 드라마적으로 더 잘 전달하는 것 같아요. ‘로미오와 줄리엣’ ‘백조의 호수’ 등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 전막 발레 안무를 보면 드라마적 요소를 잘 풀어내 표현하고 있죠.”

박세은과 동시에 에투알로 승급했고 ‘로미오와 줄리엣’ 등 다수의 작품에서 합을 맞춘 폴 마르크(Paul Marque) 역시 “기술적인 것도 필요하지만 이야기와 감정적 표현들이 더해진 것이 프랑스 식 발레”라고 동의했다.

“사실 누레예프의 작품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춤을 추다 보면 심정지가 올 지경이고 런스루(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연습)를 한번에 하기 힘들 정도로 체력적으로 어려워요. 그 어려운 걸 쉽게 풀어서 아름답고 우아하고 엘레강스하게 보려주는 것이 프랑스 발레죠. 한계를 지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어렵기 보다는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이게 돼요. 그렇게 표현력이 강해지는 것이 프랑스 발레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안무가들의 향연 ‘2022 에투알 갈라’

박세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박세은(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10년 넘게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 이런 춤을 한국에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 전부터 꿈꿔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웠어요. 그리고 드디어 저희 무용수들과 다같이 프랑스에서 와서 무대를 할 수 있게 됐어요.”

박세은은 7월 28,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질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무대에 오르는 데 대해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이번 갈라에서 박세은과 폴 마르크는 제롬 로빈스(Jerome Robbins)의 ‘인 더 나이트’(In The Night), 누레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Balcony Pas de Deux)를 선사한다.

폴 마르크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폴 마르크(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두 사람과 더불어 도로테 질베르(Dorothee Gilbert),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 제르망 루베(Germain Louvet, 이상 에투알), 엘루이즈 부르동(Heloise Bourdon), 록산느 스토야노프(Roxane Stojanov), 제레미 로프 퀘르(Jeremy-Loup Quer, 이상 프리미에르 당쇠르), 플로랑 멜락(Florent Melac), 토마 도퀴르(Thomas Docquir, 이상 쉬제) 등 파리 오페라 발레단 무용수들과 전속 피아니스트 엘레나 보네이(Elena Bonnay) 그리고 발레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가 함께 한다. “저희 파리 오페라 발레단 레퍼토리들은 다양한 발레 스타일이 잘 접목돼 있습니다. 이번 갈라에서는 한 세대를 풍미했던 미국, 프랑스 등의 안무가들 작품들을 모아 보여드립니다.”
발레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발레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리오넬 발레마스터는 “누레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을 비롯한 유명 안무가들의 작품들과 어려운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 클래식 작품을 고루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가깝게는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의 ‘한 여름 밤의 꿈’(Midsummer night‘s dream), 크리스토퍼 윌든(Christopher Wheeldon)의 ‘애프터 더 레인’(After the rain), 알리스테어 매리어트(Alastair Marriott)의 ‘달빛’(Claire de Lune) 등 현대적인 안무가의 작품을 많이 준비했어요. 이들과 더불어 다양한 안무가의 고전 발레와 현대 발레를 잘 섞어 준비했으니 기대해주세요.”

폴 마르크는 “여러분의 자랑인 박세은 발레리나와 서울에서 함께 하는 것이 감동적이고 뜻깊다”며 “저희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상징적인데 저희의 에투알 승급 발표 때 공연했던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갈라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조지 발란신의 ‘한 여름 밤의 꿈’ 중 디베르티스망 파드되 (Divertissement pas de deux)를 시작으로 크리스토퍼 윌든의 ‘애프터 인더 레인’, 쇼팽 음악에 제롬 로빈스가 안무를 짠 ‘인 더 나이트’ 그리고 루돌프 누레예프의 ‘잠자는 숨 속의 미녀’ 중 3막 파드되, ‘로미오와 줄리엣’ 중 발코니 파드되 등을 선보인다.

이들 중 박세은은 한국 팬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춤으로 ‘인 더 나이트’를 꼽았다. ‘인 더 나이트’는 제롬 로빈스가 쇼팽의 ‘녹턴’에 맞춰 안무한 작품으로 파티에 모인 남녀의 내밀한 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1970년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그들만의 스타일로 ‘인 더 나이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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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폴 마르크(왼쪽)와 박세은(사진제공=롯데문화재단)

“이 작품을 객석에 앉아서 봤을 때 반했어요. 정말 프랑스 사람들이 춰야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작품을 처음 췄을 때 제가 보여주고 싶은 스타일, 프랑스적인 느낌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대배경과 의상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됐고 고요하고 잔잔한 쇼팽 음악과의 조화가 아름다운 작품이죠. 프랑스 무용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춤들이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요.”

이어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서는 “작품은 굉장히 힘들지만 객석에서는 힘들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렵지만 쉽게 보이게끔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에투알이 되고 1년 동안 너무 바쁜 시즌을 보냈지만 행복하게 무대에 올랐어요. 마지막 공식 무대는 LA 할리우드볼(Hollywood Bowl) 갈라인데 이번 시즌은 한국에서 끝낼 수 있어서 너무 설레요. 사실 시즌 마지막이 되면 몸도, 정신적으로도 지쳐 있어요. 그렇지만 지쳤을 때 가장 좋은 춤이 나오기도 하죠. 그래서 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고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