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나에겐 기회의 땅이죠"

노연경 기자
입력일 2022-07-18 07:00 수정일 2022-07-18 07:00 발행일 2022-07-1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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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전기오토바이 제조기업 '지오홀딩스' 조경호 회장
세계 4위 오토바이 시장 베트남서 현지 법인 세워
"베트남 친환경 정책따라 전기 오토바이 수요 늘 것"
올 10월부터 베트남서 전기 오토바이 판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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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한 조경호 지오홀딩스 회장이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전기오토바이 전략을 밝히는 중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우선 2025년 이내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 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0만대를 판매하면 매출 2~3조원은 기대해볼 수 있다. 중소기업 굴뚝산업에서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베트남하면 도로를 빽빽하게 매운 오토바이 부대의 행렬이 떠오른다. 실제로 베트남은 오토바이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에 이어 4번째로 전 세계에서 크다.

베트남에 등록된 오토바이 수는 누적으로 약 7000만대다. 1억 명에 가까운 베트남 인구수를 고려해 볼 때 1가구당 최소 2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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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있는 하노이 시민들.(AP=연합)

이런 베트남에서도 최근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베트남 정부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를 전기 오토바이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다. 2025년부터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를 시작으로 도심에 내연기관 오토바이 접근을 금지시키는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본래 국내에서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하려고 했던 조경호 지오홀딩스 회장이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먼저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도심접근을 막은 중국의 경우 전기이륜차 시장이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50%씩 성장했다.

“국내에 등록된 이륜차 누적 대수는 약 220만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오토바이를 출퇴근 등 평상시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베트남과 달리 국내 오토바이 수요는 대부분 퀵 서비스이나 음식 배달 등 생계와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요가 더 제한적이다. 국내는 자동차 시장이 오토바이 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지만 베트남은 반대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규모는 오토바이 시장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베트남 도심의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다니기엔 자동차는 너무 불편한 이동수단이다.”

[열정사]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가 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조 회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삶에서 오토바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과 같이 큰 오토바이 시장에서 내연기관 이륜차가 전기이륜차로 바뀌고 있는 것은 큰 기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판매된 전기 오토바이 수는 90만대에 불과하다. 아직 시장이 걸음마 단계인 것이다. 그는 7000만대의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전기 오토바이로 바뀌는 과정에선 제조 중소기업이 유니콘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2019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홍콩 기업 야디(YADEA)가 최근 전기 오토바이 판매 대수 1만대를 돌파했다. 판매 가격을 고려하면 매출 2000억원 정도를 올렸을 것이다. 국내에서 중소기업이 수년 만에 수천억대의 매출을 올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반면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선 불가능한 얘기가 아닌 것이다.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한 외국 업체는 우리와 야디 2곳 뿐이다. 베트남 내연기관 오토바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기업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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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시한 전기 오토바이.(사진제공=지오홀딩스)

지오홀딩스는 2019년 베트남에 생산법인 지오모터스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0년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생산 계획이 차질을 빚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이 오기를 기다렸던 지오홀딩스는 올해 말부터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오홀딩스가 내세우는 건 주행가능 거리와 속도를 결정짓는 출력이다. 지오홀딩스가 쓰는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장치)은 차량 순환 시 방출되는 열의 양을 줄이며 손상을 방지해 차량의 작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현재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베트남 현지 업체와 해외 기업이 있지만, 결국 기술력 때문에 우리가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올해 10월부터 한번 충전에 150㎞ 주행이 가능한 1000W 오토바이 판매를 시작할 것이다. 가격은 150만원이다. 한 달에 1000대씩, 올해 총 3000대를 판매하는 게 목표다. 가장 시장 점유율이 높은 베트남 현지 기업인 빈페스타(VINFAST)가 100㎞ 주행이 가능한 전기 오토바이를 250만원에 판매한다. 홍콩 기업인 야디는 60㎞ 주행 가능한 제품을 2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주행가능 거리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리 제품이 한결 유리하다.”

최근 베트남 전기이륜차 시장에선 불량품이 많고 수명이 짧은 중국산 저가 오토바이 대신 고가 오토바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100만원 이하의 저가 오토바이와 300만원 이상의 고가 오토바이 시장으로 양분된다. 지오홀딩스는 150만원대의 중저가 가격과 높은 주행가능 거리로 베트남 젊은층을 먼저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은 젊은 국가다. 평균 나이가 32.5세로 19세 이하가 베트남 인구의 약 29.9%를 차지하고 있다. 지오홀딩스는 우선 틈새시장인 150만원 미만 리튬이온배터리 전기 오토바이 시장을 집중 공략해 베트남 젊은층을 중심으로 판매 대수늘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전체 인구의 약 39%를 자치하고 있는 만 19~49세가 주요 타깃이다. 이후에는 출력이 높은 전기 오토바이를 생산해 경찰이나 공무원 등 관공서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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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홀딩스 베트남 경찰용 전기 오토바이.

“내년에 한번 충전에 204㎞까지 주행이 가능한 2000W 상품과 180㎞까지 주행이 가능한 4000W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출력이 높은 오토바이는 빠르게 속도를 내야 하는 경찰 오토바이로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약 5만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혼다가 베트남 우체국에 기증한 전기 오토바이는 4000W지만 주행가능 거리가 45~87㎞에 불과하다. 주행가능 거리가 혼다 상품보다 길어 여기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도 늘릴 예정이다. 베트남 공무원들이 찾는 전기 오토바이로 이름을 알리며 베트남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조 회장은 베트남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구상이다. 국내에 역진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반조립 상태로 베트남에서 생산한 오토바이를 국내로 들여와 타사 제품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열정사]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가 8일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기업은 누구든지 만들 수 있지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오홀딩스가 꿈꾸는 건 베트남을 넘어 여러 나라에 진출하는 것이다. 일단 동남아시아 시장은 석권하는 게 목표다.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 끌고 가려고 한다. 기존에 일본 기업들이 주도해 왔던 동남아 오토바이 시장을 지오홀딩스가 주도해 나갈 것이다.”

이번 사업은 그의 마지막 도전이나 다름없다. 조 회장은 국내에서 여러 사업을 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큰 돈을 벌어보기도 했지만, 회사 자금 사정이 악화되며 어려움도 겪었다. 잘 나가던 시절에 오래 타던 고급 세단을 폐차하며 그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어떻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 나라에서 돈을 벌었다면 그 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뒤 많은 것을 남겨놓은 것처럼 돈 버는 것에만 급급하지 않고 진출한 나라에 기여하는 부분도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 있는 직원들에게 삼성보다 더 많은 급여를 주고, 삼성 못지 않은 복지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베트남에 가서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건 베트남 직원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들어주고, 기업으로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사회에도 많이 환원하는 곳이 되고자 한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