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제16회 딤프 배성혁 위원장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리딩공연’, 지속적인 지원에 나섭니다”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22-07-04 18:00 수정일 2022-07-04 17:35 발행일 2022-07-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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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DIMF에서 새로 출범한 뮤지컬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 최우수상 '돌쇠전'(사진제공=딤프사무국)

“16년째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상징과도 같은 축제인데 대구의 젊은 친구들이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프린지페스티벌 말고는 없었어요. 창작지원작은 경쟁 프로그램이다 보니 최종선정이 쉽지 않고….” 

올해로 16회를 맞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 이하 딤프, 7월 11일까지)의 특징은 지역 뮤지컬 발굴을 위해 출범한 DIMF 뮤지컬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이다. 이에 대해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젊은 대구 창작자들에게 무대화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딤프는 꾸준히 16년째 안정적으로 진행해온 국내 유일의 뮤지컬 축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축소 개최됐던 2년 동안에도 55만명이 다녀간, 전세계에서도 그 유례가 드문 뮤지컬축제다. 
지역 축제들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국한돼 ‘그들만의 축제’로 치러져 왔다면 딤프는 대구를 대표하는 행사지만 한국, 더 나아가 글로벌 무대를 지향하는 축제다. 이같은 딤프에 ‘지역 창작자 및 창작뮤지컬 발굴’에 방점을 찍은 인큐베이팅사업은 그간 행보와는 결을 달리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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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배성혁 집행위원장(사진=브릿지경제 DB, 허미선 기자)

“축제 예산 중에는 뮤지컬 전문 인력 양산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인 아카데미, 창작뮤지컬 발굴을 위한 창작지원작 등도 포함되지만 대구 창작뮤지컬 지원 예산은 없었어요. 이에 이번에 ‘지역’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 예산을 따로 마련했죠. 대구지역의 젊은 창작자, 제작사에 한정해 3월 공모를 통해 최종 8작품을 선정해 ‘리딩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 이종규 이사장을 비롯해 ‘헤드윅’ ‘그레이트 코멧’ ‘젠틀맨스가이드: 사랑과 살인편’ 등의 제작사 쇼노트 이성훈 대표, ‘리차드3세’ ‘오이디푸스’ ‘신과함께-이승 편’ ‘윤동주, 달을 쏘다’ 등의 한아름 작가, 김준희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등 한국 공연계의 대표 전문가들이 심사해 ‘지역색’에 대한 우려를 덜어냈다.

배성혁 위원장의 전언처럼 “다양한 경향의 작품들 중” 최종선정된 작품이 19금 코미디 ‘돌쇠전’, 2인 스릴러 ‘리플리’, ‘정글북’을 모티프로 한 ‘모글리’, 그래피티 아티스트 뱅크시를 극화한 ‘뱅크씨’, 실패한 첫사랑과 찬란했던 그 시절을 담은 ‘오므라이스’, 전차를 소재로 한 팩션 역사극 ‘한성전차’, 판소리 ‘수궁가’와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어 퓨 굿 피시’(A Few Good Fish),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재즈와 접목시킨 ‘더 템페스트’(The Tempest)다.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진행된 ‘리딩공연’ 결과 최우수상은 ‘돌쇠전’이, 우수상은 ‘더 템페스트’가 차지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1000만원, 500만원의 지원금이 주어진다. ‘돌쇠전’은 육체적 사랑과 욕망을 표출하는 한국의 고전적 설정인 ‘돌쇠와 마님’에 그리스로마 신화 속 육체적 사랑 에로스와 영혼을 상징하는 프시케를 접목시킨 19금 코미디다. 
“상상과는 전혀 다른, 의외여서 놀란 작품이에요. 19금이지만 천하지 않고 우아했죠.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재학생들이 꾸린 작품이었는데 배우들은 수상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미 서울로 올라가 버렸는데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 템페스트’는 블랙코미디로 의아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았죠. 기존의 ‘템페스트’와는 전혀 다르게 다루는가 하면 음악적으로도 재밌는 작품입니다.”
응모작들은 실재했던 이야기, 실존인물, 기존에 자주 다뤄왔던 소재 등으로 다소 우려스러웠다. 하지만 최종선정작들은 배 위원장의 말을 빌자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새롭게 풀어내거나 완성도가 높아 놀라웠다.” 우수상을 두고 “세 작품을 두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일 정도로 기대 이상의 작품들”이라는 배 위원장의 귀띔이다. 
딤프 리딩공연
2022 DIMF 뮤지컬인큐베이팅사업 리딩공연 수상자 및 참가자(사진제공=딤프사무국)
“수상작들 외에도 정글북을 바탕으로 한 ‘모글리’도 굉장히 극찬을 받았습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리플리’를 높게 평가했죠. 남자 2인극으로 대학로 공연 중 유사한 작품이 너무 많아 ‘새로움’이 심사기준 중 하나인 ‘리딩공연’에서 수상하진 못했지만 ‘지금 당장 대학로 무대에 올려도 되겠다’고 할 정도였어요.”
이어 “최종선정작들은 당장 내년에 공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능성있는 작품들이었다”며 “수상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년 창작지원작에 응모할 수 있도록 돕거나 딤프에서 따로 의뢰해 공동제작해 축제 기간 중 무대에 올리는 등 그들을 위한 지원을 지속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축제(딤프) 예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리딩에서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에요. 대구의 젊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딤프에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대구=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