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이언트 스텝 밟자 긴장한 보험업계…자본확충 움직임 분주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2-06-27 11:04 수정일 2022-06-27 14:49 발행일 2022-06-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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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서 보험업계의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기에는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던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이익이 감소해 RBC비율 하락에 영향을 준다. 이에 보험업계는 일제히 자본확충에 나선 상태다.

27일 보험업계 따르면 교보생명 지난 10일 5억달러(6300억원)규모 신종 자본증권을 ESG 채권 중 하나인 지속가능 채권 형태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 상환순서가 더 뒤쪽이라 발행금리가 높지만 전액 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장점을 가진다. 또한 리테일 수요가 있어 후순위채에 비해 금리 변동 영향을 덜 받는다.

교보생명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IFRS17(새국제회계기준)과 K-ICS(지급여력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KB손보는 후순위 공모사채 지속가능채권 2860억원 발행에 나선다. 10년 만기, 5년 콜옵션 후순위 채권으로, 이번 발행을 통해 RBC 비율이 1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생명 또한 지난 13일 4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1월 7억5000만달러(9200억원)규모 해외 후순위채 발행 이어 두 번째 채권 발행이다.

NH농협생명은 5년 만에 6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과 2550억원 유상증자 단행했다. 당초 후순위 회사채의 발행예정금액은 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9000억원 이상이 몰리면서 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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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 자본확충에 사활 건 이유는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RBC 비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기준금리가 높아질 경우 보험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의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해 RBC비율을 하락하게 만든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동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로, 금융당국은 이를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1분기 NH농협생명(131.5%)을 비롯해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 한화손해보험(122.8%)의 RBC 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 아래를 밑도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경우 보험사가 입는 손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1∼2%포인트 오를 경우 보험업계의 유가증권에는 36조∼72조 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내년부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고금리 계약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들은 부채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게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RBC비율 하락을 방어하고 IFRS17가 시행되기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충하기 위해 보험업계가 자본확충에 나선 상황”이라며 “올해까지는 두가지 요인으로 보험사들이 유상증자와 채권 발행을 단행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