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오랜 시간 같은 자세…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요인

진형용 윌스기념병원(수원) 외과 진형용 원장
입력일 2022-05-25 18:17 수정일 2022-05-25 19:24 발행일 2022-05-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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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형용 윌스기념병원(수원) 외과 진형용 원장

퇴근 후나 주말에는 업무로부터 해방돼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푹 쉬고 싶어진다. TV나 넷플릭스를 틀어 놓고 푹신한 소파에 파묻혀 세상 편한 자세로 누워있다 보면 드라마 한두 편은 기본이고 서너 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매일 반복된다면, 다리가 붓고 통증을 유발하는 ‘심부정맥 혈전증’이 찾아올 수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 의대 연구팀이 과거 심부정맥 혈전증 병력이 없는 40대 이상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TV 시청 시간이 4시간 이상인 사람은 2시간 30분 이하이거나 아예 보지 않는 사람들보다 심부정맥 혈전증 발생률이 3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TV를 보며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게 심부정맥 혈전증의 주요 위험인자인 부동자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심부정맥 혈전증이란 다리정맥 혈관의 정체된 혈액이 응고돼 혈전(피떡)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오랜 시간 동안 앉거나 누워있을 때, 수술(특히 정형외과 및 신경외과 주요 수술)이나 외상 등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황에서 심부 정맥(근육 안쪽 깊은 곳에 위치한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장시간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 착석한 승객에게 호발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외 위험인자로는 임신이나 악성종양으로 인해 혈액이 응고되기 쉬운 경우, 유전적인 요인, 비만, 흡연, 고령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개 심장에서 멀어 혈액이 정체되기 쉬운 다리에 혈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거나 수술 등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 갑자기 다리가 붓고, 다리색이 붉거나 파랗게 변하면 심부정맥 혈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 걸을 때 종아리에 통증이 발생하거나 다리를 누르면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인 ‘폐색전증’이 발생할 수 있다. 폐색전증은 다리정맥에 붙어있던 혈전이 떨어져 나가 혈관 안을 떠다니다가 폐동맥을 막는 것으로, 급작스러운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 실신을 초래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따라서 다리가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면 지체 없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문진을 통한 위험인자 확인, 혈관 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작은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리고 있거나 압박 스타킹 착용, 항혈전제 투여 등으로 치료한다. 큰 혈관에 혈전이 발생한 경우 중재시술을 통해 막혀 있는 정맥의 혈류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혈전증을 예방하려면 몸을 꾸준하게 움직이는 게 좋다. 질병으로 누워 있어야 한다면 혈류가 정체되지 않도록 체위를 자주 바꿔주고,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게 좋다. 장시간 비행기에 있어야 한다면 자주 스트레칭을 하거나 틈틈이 걸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부정맥 혈전증이 의심될 때 빨리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정맥이 혈전으로 오랜 기간 막혀 있으면 정맥의 순환을 돕는 판막이 망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통증·저림·부종 등을 야기하는 ‘혈전후 증후군’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진형용 윌스기념병원(수원) 외과 진형용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