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가능성에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 ↑

안동이 기자
입력일 2022-05-17 13:45 수정일 2022-05-17 13:52 발행일 2022-05-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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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채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주 큰 반락을 나타냈던 국채 금리는 지난 1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 관련 발언에 또 한번 요동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9일~13일) 국채 금리는 물가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큰 폭 하락했다. 이 기간 국고 3년물은 주 초반 3%대에서 출발한 이후 2.9%대까지 하락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 재원을 마련한다는 소식에 채권시장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지난 16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또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의 조찬 회동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0.50%p(50bp) 인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지난 4월까지는 이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국내 데이터가 불확실해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과 이후 7·8월 경제 및 물가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의 발언 직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6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35p 오른 연 3.046%에 장을 마쳤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연 3.277%로 0.056%p 상승 마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 정책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우려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내달 3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와 7월 5일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확인 전까지 불안심리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는 아직 6월 CPI가 5% 내외에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것도 확인해야 하고,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노력이 통화정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긍정적 추경 대비 안심전환대출 관련 정책불확실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국내금리가 정점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늘고 있지만 남은 불확실성 확인까지 쉽사리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물가가 빠르게 높아질 경우 5월에 이어 7월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50bp 인상 가능성도 제기될 것”이라며 “더욱이 올해 추석이 9월 9~12일로 다소 빠른 점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짚었다.

이날 대신증권은 올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1.50%에서 1.75%로 25bp 인상되는 것을 비롯해 7월에도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 금통위가 개최될 때 마다 매번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나아가 한국 기준금리는 올해 11월과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을 거쳐 최종적으로 2.50%까지 인상될 것으로 봤다.

고점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5월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 임 연구원은 “높은 물가 상승 가능성과 원화 약세로 한은의 금리인상이 빨라질 수 있지만, 5월 금통위 이후 금리인상 사이클이 후반부로 진입했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시장 금리는 점차 하향 안정화되며 장단기 금리차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경계감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크레딧시장도 당분간은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전망이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중 약 85%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인플레이션을 언급했고, 2분기 실적 전망치도 4.3%로 4월 말(5.5%) 대비 하향됐으며 3·4분기 전망치 역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동이 기자 dyah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