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단맛 줄인 전통주 개발… 한식과 페어링 중시했죠"

우주성 기자
입력일 2022-05-02 07:00 수정일 2022-05-02 13:05 발행일 2022-05-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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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이숙 추연당 대표
“여주의 쌀과 물로 술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까지 빚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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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를 빚고 있는 이숙 추연당 대표. (사진제공=추연당)

‘홈술’의 영향으로 전통주 시장이 매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간 전통주 시장은 주류 산업 의 관점에서만 이해되고 머물러 있었다. 이런 전통주 시장에 술과 음식의 조합을 의미하는 ‘페어링’ 문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 전통주를 지역의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도 등장하고 있다. 

이숙 대표는 전통주를 빚기 전에는 10여 년간 천연 비누·세제 사업에 종사했다. 그런 그가 전통음식과 전통주에 대해 애정을 가지게 된 것은 조모의 역할이 컸다. 사업 영향으로 와인 등을 접하면서 외국의 술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 대표는, 어느 날 과거 어린 시절 할머니가 백설기로 가양주를 빚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이 대표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예전에 할머니가 만들던 술과 음식들이 머리에 싹 스쳤다. 일본 술이나 프랑스 와인에 대해 공부하는 대신 과거 할머니가 만드셨던 전통주를 되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통음식과 전통주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 대표는, 그 길로 종로의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방문해 관련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연구소에서 전통주와 전통 조리를 공부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는 이 대표는 “그 후 만학도로 식품조리학과도 졸업했다. 전통음식 공부로 얻은 지식을 전통주 복원 등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전통주 창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맞닥뜨린 고민은 어떤 술을 빚을까하는 것이었다. 단 술이 많은 우리 전통주 시장에 좀 더 드라이하고 깔끔한 약주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었다. 특히 전통음식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음식 고유의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전통주를 개발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게 됐다. 전통주 역시 술과 음식이 서로를 보완하는 페어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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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향주와 백년향. (사진제공=추연당)

그렇게 탄생한 술이 여주 쌀로만 빚어낸 약주 ‘순향주’다. 1600년대에 저술된 전통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기록된 약주로, 40일의 발효와 60일의 저온 숙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다섯 번의 담금 과정을 통해 제조되는 ‘오양주’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시중에 나오는 전통주들은 주로 찹쌀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찹쌀의 경우 멥쌀에 비해 양조가 수월하지만 대신 술의 단 맛이 강해진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순향주는 찹쌀 대신 멥쌀을 주원료로 해,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을 구현해 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연당의 ‘백년향’ 역시 막걸리에서 표현하기 힘든 깔끔한 맛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막걸리는 일반적으로 이양주지만, 이 대표는 밑술과 첫 덧술은 백설기, 두 번째 덧술은 고두밥을 이용하는 삼양주 방식으로 백년향을 빚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특히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막걸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젊은 고객들은 질리지 않고 상쾌한 맛을 우리 막걸리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매출 비중도 현재 막걸리가 가장 높다”고 밝혔다.

각종 수상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2020년과 2021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순향주와 백년향으로 각각 2년 연속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우리술 품평회는 201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주최로 개최 중인 국가 공인 주류 품평회다. 그는 “순향주의 경우, 약주이면서도 견과류와 참외향이 나고 뒷맛은 깔끔해 각종 심사에서 고평가를 얻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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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우리술 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숙 대표

특히 이 대표는 해당 술들이 간장을 베이스로 하는 우리 전통 음식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술이라고 자평한다. 그는 “순향주는 불고기 등 맛이 강한 양념이 들어간 음식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간장 양념 베이스의 음식과도 특히 잘 어울린다”면서 “여러 요리전문가와 오너 쉐프들도 한식 베이스와 가장 잘 맞는 술 중 하나로 순향주를 꼽는다. 순향주는 단 맛이 적어 반주 시에도 입안을 깔끔하고 깨끗하게 씻어준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 음식과 안주 개발에도 직접 나서고 있다. 술과 잘 어울리는 전통음식을 발굴해 전통주에도 와인과 같은 ‘마리아주’ 개념을 정착시키고 싶다는 것이 이 대표의 포부다. 그는 현재 술을 이용해 고기의 핏기를 제거하고 간장으로 맛을 낸 육포와 지역 도라지를 조청으로 졸여낸 도라지 정과 등을 개발, 생산 중이다.

대량 생산이 어려운 전통주 양조는 고된 작업이다. 사업적인 면에서도 아직까지 전체 시장의 파이가 크지 않아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전통주 사업이 지역 사회 기여와 나아가 문화 사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믿고 전통주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현재 여주시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 메뉴 개발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개발을 진행 중이다”라면서 “이런 계기 등을 통해 전통주와 향토 음식을 개발하고, 지역 내 특산품과도 연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주 체험과 음식을 통한 페어링이 가능한 공간도 마련 중이다. 최근에는 800평 규모의 관련 부지를 마련해, 전통주를 하나의 문화로 체험할 수 있는 전통주 카페 등을 준비해 전통주 사업을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사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우주성 기자 wjsbur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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