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수면장애 방치하면 치매까지?… 베타 아밀로이드 배출 막아 뇌에 축적돼

김보미 윌스기념병원 수면센터 원장
입력일 2022-04-26 11:14 수정일 2022-04-30 09:23 발행일 2022-04-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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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윌스기념병원 수면센터 원장

해마다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 이 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7만4000여명으로 5년 전인 2015년(45만여명)에 비해 22만명가량 증가했다. 수면장애 환자의 증가 이유는 스트레스 심화, 고령화, 수면주기 변화 등으로 보고 있다. 

수면장애는 잠을 준비하는 시간, 자는 시간, 수면을 취한 후 낮 동안의 생활 등을 모두 아울러 잠과 관련된 모든 비정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잠들기 어려운 불면증, 코골이나 무호흡 등 수면관련호흡장애, 기면증을 포함한 과다졸림장애, 하루 수면주기 리듬이 맞지 않아 나타나는 수면각성장애, 몽유병, 렘수면행동장애, 다리에 불편한 느낌이 드는 하지불안증후근 등이 수면장애에 속한다. 

수면장애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학습장애를 비롯해 업무능률 저하, 교통사고, 안전사고, 사회적응장애, 산업재해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내과적, 신경과적, 정신과학적 질환을 악화하거나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 

수면장애는 고령층에게 더 위험하다. ‘나이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피로가 일찍 몰려오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만 대신 새벽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나온 말이다. 고령층의 수면 패턴을 살펴보면 깊은 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잦은 각성을 보인다. 충분한 수면시간을 가졌음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피로가 심하다면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수면장애가 지속되면 뇌의 크기가 줄어들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뇌 신경세포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의 기능장애를 일으켜 발생한다. 깨어 있는 동안 뇌가 활동하면서 발생한 베타 아밀로이드는 밤에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수면장애가 지속될 경우 몸에 축적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질환이 생기게 된다. 

숙면은 면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줄어들면 수면장애가 생기고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잘 자는 것만으로도 병에 걸릴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수면장애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를 한다. 가장 흔한 불면증의 경우 잘못된 수면습관을 개선하고 수면의학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 

흔히 TV를 켜놓은 채 잠드는 경우가 많은데, 잠자기 전 TV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은 수면을 관장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방해하고, 뇌의 각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낮 시간에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해 잠이 잘 오도록 하는 것도 숙면을 위한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김보미 윌스기념병원 수면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