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납부율 15%대 그쳐… 정부 권장에도 부진 왜?

박성민 기자
입력일 2022-04-20 08:38 수정일 2022-04-20 16:36 발행일 2022-04-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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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험사들의 신용카드납지수(이하 카드납지수)가 소폭 상승했지만, 카드결제 가능 상품의 수는 감소했다. 카드 납부로 발생되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카드 결제를 기피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편의 증대를 위해 보험료 카드결제를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해차이로 반영도가 낮은 게 현실이다. 카드사와 보험사간 수수료율 이견 조절 및 해소를 위한 민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브릿지경제가 생명·손해보험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험사 34곳의 지난해 말 기준 카드납지수는 15.8%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2%포인트(p) 상승했다. 금액기준으로는 19.6%로 1.8%p 올랐다. 전체 수입보험료 51조9105억원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 금액은 7조8597억원이란 뜻이다.

카드납 지수는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변액보험(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에서 산출되며 전체 원수보험료 중 카드납부 비율을 의미한다.

◇생명 보장성 비율 높아...손보 자동차 ‘월등’생명보험사 18곳의 생명보험사 전체 카드납지수는 11.6%로 전년 대비 0.5%p 상승했다. 상품별로는 보장성보험이 14.3%로 가장 높았고 저축성보험(1.1%)이나 변액보험(0.8%)의 결제 비중은 미미했다.

카드납지수가 가장 낮은 곳은 메트라이프생명이다. 전체528만 건 중 신용카드로 결제된 건수는 8269건에 불과했다. ABL생명, 삼성생명도 각각 0.3%, 0.6%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KDB생명, DB생명, 농협생명은 3~5%, DGB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하나생명은 5~10%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동양생명, 처브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BNP파리바 카디프생명은 20% 미만이었다.

AIA생명은 카드납지수가 40.7%로 생명보험사중 가장 높았다. 이어 라이나생명(39.1%), KB생명(25.9%), 푸본현대생명(23.6%) 순이었다.

손해보험사 16곳의 카드납지수는 17.6%로 1.5%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액기준으로는 30.8%로 2.2%p 올랐다.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이 기간이 짧고 결제 횟수가 적기 때문에 카드 결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실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카드납지수는 70.1%로 장기보험(15.7%), 저축성보험(4.7%) 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카드납지수는 15.4%로 낮아진다.

캐롯손보의 카드납지수는 90.9%로 전체 조사기업 중 가장 높았다. 캐롯손보는 저축성·보장성 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자동차보험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어 에이스손보의 경우 모두 보장성 보험을 판매 했음에도 불구하고 67.2%를 기록했다. AXA손보는 51.2%를 기록했다. AXA손보 역시 자동차보험 비중이 높았다.

반면 MG손보와 농협손보는 각각 9.4%, 9.5%로 10%미만으로 조사됐다. 한화손보, 현대해상, 흥국화재, KB손보, 롯데손보, 메리츠화재, DB손보, 삼성화재는 20%미만이였다. 이어 BNP파리바 카디프손보(22.3%), 하나손보(34.3%) 순이었다.

◇ 보험 vs 카드 수수료 줄다리기...피해는?카드납지수는 상승했지만 생보업계와 손보업계 모두 카드결제 가능 상품의 수는 감소했다. 생보업계의 카드결제 가능 상품 비율은 2020년 64.1%에서 지난해 63.4%로 0.7%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손보사들은 89.7%에서 87.4%로 2.3%p 떨어졌다.

이는 2%대에 달하는 수수료에 대한 카드와 보험업권 간의 갈등 때문이다. 현재 보험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 초중반에 불과한 현실에서 카드 수수료까지 떼면 오히려 적자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용카드 결제가 보편화되자 소비자 편의 확대를 위해 보험료 카드결제를 독려해왔다. 그 일환으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를 통해 보험사별 카드납 지수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앞서 2017년 말 카드·보험업계가 협의체를 구성해 보험료 카드 납부 확대방안 논의에 나섰으나 수수료에 대한 양측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협의에 실패했다. 현재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카드납지수가 상승할수록 고객에게 피해가 전과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의 적금을 카드로 내지 않는 것처럼 비슷한 성격을 뛰는 보험 상품 역시 신용카드로 납부하면 보험사가 남는 게 없다”며 “카드결제를 늘리면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민 기자 smpark@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