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트렌디한 '지역 술'로 MZ세대 취향 저격하죠"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4-20 07:00 수정일 2022-04-29 17:48 발행일 2022-04-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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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국내 최초 '나주 배 페리' 만드는 페어리플레이
"우리는 알콜 박애 주의자…술 넘어 콘텐츠 만들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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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플레이 이송미(왼쪽)·이다영 공동 대표 (사진 제공=페어리플레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혼술’ 및 ‘홈술’ 트렌드로 주류 시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지역 술로 MZ 세대 취향 저격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국내 최초 페리 양조에 나선 ‘페어리플레이’다.

34세의 두 동갑내기 친구가 창업한 페어리플레이는 사업자 등록증을 취득한 지 한 달이 막 넘은 햇병아리 스타트업이나,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한 지 10개월도 되지 않아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시 지역 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 사업 ‘넥스트로컬’의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페어리플레이는 ‘다시 배로 즐겁게’라는 뜻으로, 우수한 품종의 국산 배를 이용하는 페리 전문 브루랩을 표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다영 대표는 창업 취지에 대해 “경북 청도 감 와인과 전남 고창 복분자 와인, 충남 예산 사과 와인 등은 있는데 유명 지역 특산물인 전남 나주 배로 만든 술은 왜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미 나주 배로 술을 빚는 ‘배술 가공 사업소’가 있었지만 10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지난 2008년 문을 닫았다. 좋은 술을 만들고도 마케팅 전략의 실패로 문을 닫은 사례다. 좀 더 일찍 민간 위탁이나 주류 기업과의 협업 같은 경영 및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면 배술 가공 사업소 또한 지역의 명품 술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송미 대표는 “현재는 전통주의 온라인 유통도 가능하고 주세도 50% 감면이 되는 등 규제가 많이 풀려서, 그 때보다 훨씬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라며 “마케팅 경우 우리가 디자인과 시장 조사 등에 강점이 있어, 그 때와 다른 (전통주의) 재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페어리플레이는 배술 가공 사업소를 계승하는 동시에 현 시대에 맞게 진화한 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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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 ‘이제’ (사진 제공=페어리플레이)
페어리플레이는 오는 6월~7월 ‘이제’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인지도 높은 나주 배에 추황과 황금 같은 우리 배 품종을 블렌딩해 구현하는 5% ACL의 저도수 스파클링 페리다. 회사는 이제를 통해 ‘한국형 페리’를 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배의 과실이나 과즙을 발효시켜 만드는 페리는 프랑스에서 시작돼 미국과 영국 등에서 디저트와 식전주로 널리 음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주류다.

이제가 다른 전통주와의 차별화를 위해 잡은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로컬 스토리를 담아내면서도 세련된 브랜딩과 디자인을 입은 전통주, 우리나라 품종 배를 활용하는 제품, 그리고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나주 공공기관들이 선물로 구입할 만한 제품이다.

이를 위해 두 대표는 배술 가공 사업소를 비롯해 농촌진흥청과 나주시 천연색소산업화학지원센터 등을 뛰어다니며 자문을 구했다. 실제로 술을 빚어 보고, 발효 전문가들에게 레시피 및 효모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송미 대표 경우 3대가 막걸리를 직접 빚는 집에서 가양주 제조 기술을 익히기도 했다.

페어리플레이는 현재 나주시, 농촌진흥청 소속 배 연구소 등 국가 기관과 협의 중이며 올해 7월 협약을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송미 대표는 “(이제 등 제품은) 전통주 허가만 받으면 나주시 공공기관과 로컬 푸드 센터 등에 먼저 납품할 예정이며, 나주를 비롯해 서울과 경기에서 우선적으로 판매될 것”이라며 “그러면서 소비자 테스트로 실력을 갖추고, 나주에 로컬 양조장을 차릴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서울과 전남 나 B2B와 B2G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로컬 양조장 및 펍 ‘라운지:P’를 통해 소비자 직접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페어리플레이가 전통주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것은 전통주 수요가 MZ 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 시장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2020년 기준 600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특히 전통주 구독 서비스의 소비자 87% 가까이 20대와 30대다. MZ 세대가 전통주에 열광하는 이유를 이송미 대표는 “MZ 세대는 새로운 맛과 향을 즐기고 제품의 스토리에 관심이 있다”며 “또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경험을 원하며, 사진 및 이미지를 활용하는 SNS 활동에 활발하다”고 분석했다. 또 온라인 구매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전통주의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페어리플레이는 30대 여성 와인 시장을 초기 타깃으로 삼고 이후 유통 구조 다각화(오프라인→로컬 양조장→온라인) 및 제품 확대(페리→와인→브랜디)로 단계별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페어리플레이는 단순 지역 술 양조가 아니라 디자인 및 예술 매개의 지역 문화 브랜딩이 최종 목표다. 오는 2024년까지 나주시 읍성권 내 로컬 양조장을 조성해 지역 명물인 곰탕 거리와 문화재 금성관, 유명 게스트 하우스 등 관광 자원과 연계시킨다는 구상이다. 양조장은 강원 강릉에 있는 로컬 양조장과 서울의 체험형 복합 공간 아모레성수처럼 술을 빚는 과정은 물론 먹거리와 이색적인 전시, 체험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축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인테리어 업계에 종사해 온 이다영 대표의 공간 디자인 능력과 이송미 대표의 콘텐츠 및 전시 역량이 발휘될 전망이다.

이다영 대표는 “나주는 관광 자원이 충분한데도 관광지로서 각광 받지 못하고 있다”며 “나주의 관광 자원을 술로 이어 주는 것이 페어리플레이의 목표”라고 했다. 관광객들이 나주를 스쳐 가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하루는 묵고 가도록 하루 관광 사이클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박민규 기자 mi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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