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EU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에 에너지 가격 ‘도미노 상승’ 우려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4-12 14:27 수정일 2022-05-27 14:46 발행일 2022-04-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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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치솟은 에너지 가격이 서방세계의 ‘러시아 석탄 제재’로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급이 여전하 타이트한 석탄 외에도 천연가스 등 다른 에너지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치솟는 원자재가 도미노 급등 현상이 우려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은 오는 8월부터 40억 유로(약 5조4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5차 대러 제재안을 채택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러시아 화석 연료를 직접 제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러시아의 주요 수익원을 차단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이은 세계 3위 석탄 수출국이다.   전 세계 석탄의 17.8%를 공급한다. 당시 유럽은 전체 석탄 수입량의 5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각각 21.8%와 12.6%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EU의 러시아 석탄 금수로 인해 유럽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석탄을 비롯한 다수 에너지의 가격을 끌어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글로벌 석탄 시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이미 타이트한 상황이었다. 작년 하반기 아시아와 유럽의 천연가스 부족 등 에너지 위기로 석탄이 대체재로 부상한 데다, 중국의 비공식적인 호주 석탄 수입 금지 때문에 공급이 심각하게 제한되기도 했다.

반면에 석탄 수요는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속증 추세다. 아시아의 주요 석탄 소비국인 인도와 중국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발전용 석탄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앞으로 몇 년간은 석탄 활용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 경우 지난해 풍력 발전 감소로 석탄 사용량이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석탄은 비상 시 긴급 투입 에너지원으로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이날 전일 대비 5.8% 상승한 100만 BTU당 6.6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13년여 만의 최고가를 찍었다. 에너지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보다 80% 이상 오른 상태다.

미국 에너지 정보 분석 업체 리스태드에너지는 이에 "EU의 러시아 석탄 금수로 유럽은 올해 높은 전력 가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대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미국 호주 등에서 석탄을 선적할 경우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해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석탄 화력 발전 설비들이 가동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EU의 러시아 석탄에 대한 의존이 줄어드는 만큼 한국 석탄 관련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