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막판 정관변경…주주 로열티 잃는 상장사들 왜?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3-23 11:01 수정일 2022-03-23 11:03 발행일 2022-03-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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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잇따라 제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과 막판 정관변경 등 주주들 마음을 잃는 행보를 보여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삼성SDS는 전 거래일 대비 3500원(2.69%) 오른 13만35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주가는 상승 출발해 장중 13만5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삼성SDS의 주가 반등은 전날 7.14% 급락한 데 따른 저가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공동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삼성SDS의 지분 301만8860주의 블록딜 작업에 착수했다. 이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50만9430주)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150만9430주)이 국민은행에 매각 신탁한 지분으로 파악된다. 매각 가격은 주당 12만7400~12만9500원이다.

두 오너 일가는 지난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 이후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그룹 지분을 상속받았는데, 지난해 10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은행에 매각 신탁했다. 신탁 계약 기한이 다음 달 25일이었던 만큼 시장은 두 사람이 보유한 삼성SDS의 지분이 시장에 풀리는 것을 예정된 수준으로 평가했다.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2000원(1.19%) 오른 17만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0.46% 오른 6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두 종목 모두 삼성SDS와 마찬가지로 전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블록딜 소식에 각각 7.18%, 7.08% 하락한 바 있다. 테마섹은 전날 셀트리온 230만주, 셀트리온헬스케어 260만주에 대한 블록딜을 결정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에 나섰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다. 셀트리온의 매각 가격은 16만4700~17만100원에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만4250~6만6350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삼성SDS가 셀트리온그룹의 주가보다 더 크게 오르는 이유는 삼성SDS의 주가 급락이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SK증권 최관순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은 펀더멘털과 무관하다”며 “삼성SDS는 삼성 계열사와 오너 일가의 지분이 여전히 50%를 넘기 때문에 지배구조 상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올해 삼성SDS의 영업환경은 긍정적이기 때문에 최대주주 일가 보유 추정 지분의 시장 출회는 오히려 매수 기회라는 평가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삼성SDS는 IT서비스 시장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2% 개선이 기대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환경, 보건, 안전 시스템 수요가 늘고 차세대 자원관리시스템(ERP) 구축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스엠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00원(-1.83%) 하락한 7만5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스엠의 주가는 지난 17일 주주총회 안건을 추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5.30% 급락한 뒤 이날까지 ‘널뛰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감사선임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스엠은 주주총회 안건 확정을 위한 법정시한 마지막날인 16일 이사회를 열어 주총 안건을 두 개 추가했다. ‘제 6호 의안 정관일부 변경의 건’과 ‘제 7호 의안 사내이사 최정민 선임의 건’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에 대해 “시가총액이 1조원을 훌쩍 넘는 대형 상자사가 주총 소집 결의 이후 3주가 지난 시점에 갑자기 안건을 추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위임장 작성 등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의 막판 주총 안건 추가에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방해할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강력한 규탄 의사를 밝혔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