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이직 때마다 퇴직금 찔끔… 노후월급으로 크게 굴리자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2-03-22 07:00 수정일 2022-03-22 07:00 발행일 2022-03-22 12면
인쇄아이콘
[100세 시대] 2030 연금개미 위한 'IRP 가이드'
22032107
(사진출처=게티이미지)

퇴직금을 투자하면서 노후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은퇴자라면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대해 들어봤을 게다. IRP는 지난 2012년 7월 이직이 잦은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한곳에 모아두었다가 노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이때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하면 퇴직금을 IRP에 이체하도록 하고, 이체한 퇴직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퇴직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소득이 있는 취업자는 누구나 IRP에 가입해 저축 금액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게 됐고, 세액공제 한도도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조치의 효과로 IRP 적립금은 지난해 9월 말 44조원으로 늘어났다. 향후 도래할 ‘IRP 전성시대’를 대비해 IRP가 무엇이고, 나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22032116
 

◇ 700만원 세액공제, 엄청난 매력

직장인들에게 ‘IRP’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액공제다. 저축 금액을 세액공제해 주는 금융상품에는 연금저축도 있지만 연금저축은 한 해 많아야 400만원밖에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그나마 종합소득이 1억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최대 300만원까지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IRP에 가입하면 소득과 무관하게 한 해 700만원 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과 IRP에 모두 가입했을 경우 한 해 11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을 합쳐 연간 세액공제 한도는 700만원이다.

연간 700만원을 IRP에 저축할 경우 세액공제율은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달라진다. 종합소득이 40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세액공제 대상 금액의 16.5%, 15만5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이보다 소득이 많은 사람의 세액공제율은 13.2%, 92만4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와 퇴직금을 수령한 퇴직자들만 IRP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퇴직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근로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자영업자와 공무원, 군인, 교사도 IRP에 가입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자영업자의 IRP 가입 금액은 3조6344억원, 공무원 등의 IRP 가입금액은 1조1767억원에 달해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4조8111억원이 늘었다.

1290493746
(사진=게티이미지)
◇ 이직할 때 받는 퇴직금 모아 연금으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5년10개월이고, 정규직 근로자는 8년이다. 처음 취업해 은퇴할 때까지 적어도 두세 번 이상 직장을 옮긴다는 얘기다. 이 때 문제는 퇴직금이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이런저런 용도로 써버리고 나면 은퇴한 다음 노후생활비 재원이 모자라다.

IRP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유는 이직할 때마다 받은 퇴직금을 IRP에 모아 두었다가 노후에 연금으로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할 때만 퇴직금을 IRP로 의무 이체하도록 했으나, 올해 4월 14일 이후부터는 퇴직연금 가입과 무관하게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는 퇴직금을 IRP에 이체하도록 했다.

다만 퇴직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상환하거나 퇴직금이 3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또,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이나 전세자금 마련, 장기요양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적립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다. 부득이하게 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면 IRP를 해지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때 퇴직금을 IRP에 이체하지 않고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했을 때 내야 했던 퇴직소득세만 납부하면 되고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은 없다. IRP에 이체한 퇴직금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는 연금 수령액에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세율로 세금을 부과한다.

clip20220318163133

◇ 해외 투자시 이자 및 배당세 부담 적어

IRP에 쌓인 적립금을 운용하면 수익이 발생된다. IRP 가입자는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부터 펀드, ETF, 리츠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적립금을 투자할 수 있고 이들 금융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수입을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상품에서 이자와 배당이 발생하면 15.4%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한 해 이자와 배당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가면 초과 금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한다.

하지만 IRP에서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금은 IRP에서 이들 운용수익을 인출할 때 부과한다. 55세 이전에는 운용수익에 기타 소득세(16.5%)를 부과하는데, 이때 기타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한다. 운용수익을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만 납부하면 된다. 과세 시기를 뒤로 미루는 동시에 세율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clip20220318163231
이 덕분에 해외투자자들이 절세효과를 활용하기 위해 IRP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RP에서는 해외 펀드와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 투자할 수 있다. 일반 증권계좌에서 투자한 해외 펀드와 해외 ETF에서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즉각 배당소득세를 부과한다. 하지만 IRP에서는 이들 상품에 투자해 매매차익이 발생하더라도 당장 과세하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낮은 세율(3.3~5.5%)을 적용해 과세한다. 게다가 운용 기간 중 발생한 매매손실은 다른 이익과 상계해 주기 때문에 세 부담을 덜 수 있다.
1192029956
(사진=게티이미지)

◇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시 건강보험료 부담도 절감

지역가입자는 자동차를 포함한 소득과 재산을 점수화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에는 근로·사업·기타·이자·배당·연금소득이 있다. 이때 연금소득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만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에는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IRP를 잘만 활용하면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명예퇴직이나 장기근속자가 받은 거액의 퇴직금을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해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해 보자. 이 경우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이 연간 1000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퇴직금을 IRP에 이체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는 운용수익이 얼마가 됐든 건강보험료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교육콘텐츠본부 본부장

정리=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