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 등으로 환율 변동성 심화…달러당 1250원 넘기 쉽지 않아”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03-16 13:21 수정일 2022-03-16 18:52 발행일 2022-03-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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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장 초반 1%대 상승
16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한 한국의 수출입 구조와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 움직임 등으로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세하면서 원화가치 하락폭을 키웠지만 전문가들은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저항선인 1250원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대체적으로 전망한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대립 상황 등 대외 여건들이 대부분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환율 하단도 제한적이라는 예상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242.8원)보다 7.1원 내린 1235.7원에 마감했다. 이날 1.6원 내린 1241.2원에 출발한 환율은 장중 1230원대~1240원대에서 등락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급락하는 양상을 이어가는 부분이 원유 등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긍정적 요인이었다”며 “중국 정부가 부양책을 강화하면서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여 중국 경기 급랭 우려를 잠재운 것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250원선을 넘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날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상단을 1250원으로 본다”며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7회 금리를 올릴 가능성까지 선반영 돼 있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횟수를 점도표를 통해 추가한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달러 쪽에서 오버슈팅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 강도나 파고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장기저항선인 1250원을 넘기는 쉽지 않다”며 “이 수준 이상의 원화가치 절하는 한국의 대외채무 상환 위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글로벌 신용경색이 재현되는 경우일 것”이라고 보았다.

국제금융센터는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차별화, 공급충격에 의한 인플레이션,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과 미중 갈등 등 정치적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올해 글로벌 유동성이 정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은 지난해보다 한층 심화된 환율 변동성을 겪으며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앞으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대립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상원 부전문위원은 “미 달러화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경과, 유가 등락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강화나 완화에 연동되고 있다”고 짚었다. 투자은행 HSBC는 “지정학적 긴장, 원자재 강세에 따른 세계경제 전망 악화로 강(强)달러가 진행되는 것은 타당하다”며 “다만 사태가 안정화될 경우 갑작스러운 반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았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의 첨예한 대치 상태가 이어지면서 세계경제 및 금융시장 피해가 심화될 경우 강달러 압력이 추가로 고조되며 원·달러 환율 상방이 우세하겠다”며 “원자재 수급 차질 여파로 무역수지 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될 경우 달러화 약세 압력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동반 하락할 것”이라며 “위험선호 심리가 개선되며 주춤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도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전시를 봉쇄한 것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위안화에 약세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로로 보았다.

한편 러시아의 디폴트 문제는 원화가치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민경원 연구원은 “원화에 유의미한 충격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훈 연구원도 “우리나라가 속한 구조적 경상흑자국은 러시아 디폴트 논란에서 벗어나 있어 신흥국내 안전자산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