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2년 반 만에 '배럴당 10달러' 돌파…러시아 제재 나비효과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14 16:11 수정일 2022-05-04 17:14 발행일 2022-03-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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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석유 생산시설 (연합뉴스)

국제 사회의 러시아 제재로 유가 뿐 아니라 정제마진도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이 수익 지표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지난주 평균 배럴당 12.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7배, 전주의 2배 이상으로 껑충 뛴 수준이다. 특히 싱가포르 정제마진의 10달러 돌파는 지난 2019년 9월 셋째 주 이후 약 2년 6개월 만이다.

이번의 경우 미국의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로 석유 수급 차질 우려가 부상한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석탄·원유·천연 가스 수입 금지를 공식화하고 법제화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이번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이미 경유와 등유를 중심으로 수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정제마진은 보통 4~5달러 수준이 손익 분기점으로 여겨지며, 오를수록 정유 업체의 수익에 기여하는 구조다. 그러나 업계는 ‘단기 호재’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 사태가 아니더라도 정제마진은 상승 추세였는데, (10달러 돌파는) 특히 튀는 상황이라 예의주시 중”이라며 “(석유 제품을) 현재 (비싼) 가격에 사느니 다른 연료로 대체한다거나 차량용 석유 수요 등을 줄여 버리면, 정제마진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가 오름세를 부채질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높은 수준의 제품 가격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지속됐을 당시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석유 수요 위축으로 정유사들은 오히려 힘들어지는 역설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유가 안정화 후에도 정제마진이 이전 대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