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분기 영업익 '1兆 클럽' 입성할까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14 14:48 수정일 2022-05-04 17:14 발행일 2022-03-1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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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울산 사업장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정유사업의 ‘특급 호조’에 힘입어 올해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이 회사의 작년 연간 흑자인 1조7656억원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며, 전분기 대비로는 흑자 전환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4일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실적을 매출액 16조7000억원과 영업이익 1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5025억원 및 전분기 588억원 손실과 비교해 크게 늘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이 같은 호실적 전망은 정유 외 다수 사업의 성장세 둔화나 적자 지속이 추정되는 상항에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황규원 연구원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분기에 정유 사업에서만 1조3000억원의 흑자를 내고, 윤활유 등 사업이 배터리와 화학의 영업손실을 메꿀 전망이다. 배터리 사업의 적자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학은 업황 하락세에 따라 적자로 돌아서고 윤활유 이익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러한 흐름은 지난 2021년 4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석유 관련 3개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 모두에서 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업 초강세의 배경은 가파른 유가 상승세와 석유 수요의 꾸준한 회복세다. 황 연구원은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 전후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현지 원유 정제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면서, SK이노베이션은 정유 시설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높여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다”라며 “또 유가 상승으로 (1분기에) 4000억원 가량의 재고 평가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가는 올 들어서만 무려 45% 이상 치솟았으며,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에 가한 에너지 부문 금수 조치로 러시아 원유 수출은 일 평균 310만 배럴 감소하며 글로벌 석유 생산량을 끌어 내릴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 에너지 제재로 인한 유럽지역 가스 가격 폭등은 대체용 석유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결국 석유의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가격 강세는 피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러시아 사태가 국내 정유사들의 반사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이 수익 지표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이 지난주 평균 배럴당 12.1달러를 기록, 전주의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정제 마진은 통상 4달러 이상이 손익 분기점으로 여겨지며, 지난해 9월부터 대체로 5달러 이상의 견조한 수준을 이어 가는 모습이다.

다만,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노우호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을 7500억원 선으로 보면서,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정유 업황 지표들의 강세가 수익성에 건전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유업체 경우 매출 원가의 약 6%가 유가와 연료 비용에 연동되므로 고유가 장기화 시 원가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에쓰오일도 올해 실적이 가장 기대되는 정유사로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을 8500억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해 6조~6조5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