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칼럼] ‘흠흠’ 소리 내며 코 들이마시는 아이, 비염 아닌 틱 치료 우선해야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입력일 2022-03-08 07:00 수정일 2022-04-08 16:14 발행일 2022-03-08 14면
인쇄아이콘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이종훈 대표원장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

건조하고 차가운 날씨와 심한 일교차로 인해 코를 훌쩍이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비강과 구강 점막은 겨울보다 일교차가 큰 요즘 더 크게 자극을 받기 때문에 분비물이 늘어나 ‘흠흠’ 소리를 내며 코를 들이마시거나 목에서 ‘큼큼’ 하는 가래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늘어난다.

그런데 이렇게 코를 들이마실 때 내는 ‘흠흠’ 소리가 틱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환절기와 새학기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는 비염과 함께 틱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많아지는데, 비염과 틱은 치료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잘 파악해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염으로 인한 ‘흠흠’은 기온이 내려가는 아침·저녁에 심해진다. 밤에 잘 때도 누운 자세에서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코 막힘을 같이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틱은 아침·오전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오후·저녁 시간대에 증상이 발생하고 지나친 흥분이나 긴장 상태 등 특정 상황에서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흠흠’ 소리를 내는 빈도가 잦지 않으면 비염일 가능성이 높고, 몇 초 간격으로 자주 하거나 ‘흠흠’ 증상 외에 손톱이나 입술 뜯기, 손 자주 씻기 등과 같은 다른 강박 증상을 보인다면 틱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비염으로 인한 ‘흠흠’은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서 비디오스코프로 인두를 관찰해보면 가래가 보이는 경우가 많고, 본인이 가래를 뱉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틱 증상이라면 가래가 보이지 않고 당연히 뱉을 수도 없다.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진단이 어렵다면 비염 치료를 먼저 해본 뒤 치료에 대한 반응이 별로 없으면 틱 치료로 넘어갈 수 있고, 이와 순서를 바꿔 치료를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경험적으로는 틱 치료를 먼저 하는 것이 ‘흠흠’ 증상을 더 빨리 치료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뇌 기능도 오장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틱 치료를 위한 한약 처방 시에도 뇌뿐 아니라 전체적인 몸 상태를 고려해 진행한다. 따라서 같은 틱 증상이라고 하더라도 몸의 타입이나 체질에 따라 다르게 처방할 수 있고, 이런 한약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틱 증상에 처방되는 한약은 여러 가지인데, ‘흠흠’ 거리는 아이들에게는 시호미강탕이 주로 처방된다. 이는 소시호탕에 오미자, 건강 등의 약재가 가감된 처방인데 소시호탕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능과 호흡기를 강화시켜주는 효능이 더해진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틱 증상을 보인다면 증상에 대해서는 모르는 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나 목에서 소리를 내더라도 불편한지 물어보거나 코를 풀어보라는 등의 말은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된다. 대신 아이에게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는지 파악하고 이를 해소해주는 ‘스트레스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종훈 함소아한의원 목동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