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제가 은퇴한 줄 알았죠?” 장기하의 실험은 계속된다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3-02 18:00 수정일 2022-03-02 18:00 발행일 2022-03-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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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솔로 첫 앨범 '공중부양' 발표한 장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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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기하 (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얼마 전에 내가 오랜만에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는데(중략)/가는 길에 한 친구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보더라고/“너 이제 음악도 그만뒀는데 이제 뭐 할 거냐?”/그래서 내가 그랬지. “나 은퇴한 거 아냐/2022년 2월 22일” 

랩인지, 신세를 한탄한 읊조림인지 도통 알기 힘들다. 명확하게 들리는 건 2022년 2월 22일이라는 반복된 날짜. 이 날은 가수 장기하의 솔로 데뷔 앨범 발매일이다. 
장기하는 밸런타인데이인 지난 2월 14일, ‘2월 22일’이라는 파격적인 티저 곡을 공개해 가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곡에서 “앨범 제목이 ‘공중부양’이고 다섯 곡이 들어있다”며 “음악 스타일은 글쎄 지금 나도 말로 하려고 하니까 막상 뭐라고 설명을 좀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근데 애초에 음악이라는 게 설명을 말로 한다는 게 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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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기하 (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공중부양’은 ‘얼굴들’과 결별한 장기하의 첫 홀로서기 결과물이다. 예고한대로 다섯 곡의 수록곡은 음악적으로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장르다. 그는 밴드 사운드를 걷어낸 빈 공간을 자신의 목소리로 채웠다. 노래 가사를 적고, 목소리를 녹음한 뒤 그 위에 음악을 덧입히는 식이다. 앨범 발매 후 화상인터뷰를 통해 만난 장기하는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고민 끝에 내린 결과물”이라고 새 음반을 정의했다. 
“‘얼굴들’ 해체 후 파주에서 2년간 홀로 살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데 시간을 썼어요. 결국 제 목소리가 정체성이라는 답을 얻었죠. 목소리를 목소리답게 활용해 음악을 만드는 것, 다른 건 어떻게 바뀌든 상관없더라고요.”
그의 목소리는 때로 시처럼 운율을 만들고 때로 랩처럼 리듬을 탄다. 목소리를 강조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전체 수록곡의 악기 구성에 베이스가 빠진 것도 특징이다. 장기하는 “나는 래퍼”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싸구려 커피’도 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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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장기하 (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수록곡들은 라임이 없어요. 랩의 클리셰가 라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들은 언어의 운율을 살렸죠. 클리셰를 피하기 위해 2절을 위한 2절을 쓰지 않기도 했어요. 한 문장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전달하면 곡을 마쳤죠. 만약 3절까지 이야기를 해야 곡이 완성될 것 같으면 3절도 만든 게 특징이에요.”
타이틀곡인 ‘부럽지가 않아’는 장기하의 고민, 생각과 더불어 그가 현 세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는 시대, 부러움을 극복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부러움이란 감정을 콘트롤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더라고요. 부러움의 대상이 될만한 사람들의 일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누군가는 이 감정을 활용해 장사를 하기도 해요. 가사는 ‘자랑조’로 썼지만 사실 그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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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신곡 ‘부럽지가 않아’ 뮤직비디오 한장면 (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기발한 가사만큼이나 뮤직비디오도 파격이다. 송예환 작가가 연출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부러워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만 부러워하게 되는 상황을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장면으로 그려냈다. 장기하는 뮤직비디오에서 부러움의 대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손짓으로 속내를 표현한다. 
장기하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이게 장기하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마흔살이 된 그의 새로운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은 솔로 장기하의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해요. 이 정도 좌표를 찍었으니 팬들에게 앞으로 지켜봐 달라, 동료 창작자들에게는 함께 작업하자는 구애기도 해요. 좋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싱글을 내보고 싶어요.”
장기하는 이달 17~20일, 24~27일까지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솔로앨범 발매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얼굴들’ 때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서도 “영영 부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음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