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바둑 배운 알파고, 게임판 접수했다

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겸 대한민국 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기자
입력일 2022-02-07 07:20 수정일 2022-06-08 14:03 발행일 2022-02-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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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배 회장의 인공지능과 메타버스 미래세상] AI가 게임 기획부터 제작 운영까지 '올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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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던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그는 도대체 왜 바둑 게임을 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했을까?하사비스의 게임 개발자 이력을 보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는 13세 때 이미 체스 게임 마스터가 됐다. 17세에는 그때까지 배운 게임 개발과 프로그래밍 기술로 블랙 & 화이트라는 게임의 인공지능 개발에도 참여했다. ‘리퍼블릭: 혁명(Republic: The Revolution)’과 ‘이블 지니어스(Evil Genius)’라는 게임도 제작했다.이후 인공지능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2010년에 ‘딥 마인드’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그는 게임을 통해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발전시켜 나갔다. 가장 경우의 수가 많다는 바둑 게임을 통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딥러닝의 우수성을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

메타버스 게임 서핑을 즐기고 있는 마크 저크버그 (1)

그에게 있어 게임은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고 적용되기에 최적의 분야였다. 인간을 닮은 지능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인데, 게임만큼 좋은 대상이 없었다. 인간을 닮은 자동화된 대전 상대를 컴퓨터 안에 만들어 넣고, 사람과 컴퓨터 안의 상대가 겨루도록 하는 것이 오래 전부터 게임에서는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한편 게임은 메타버스의 원천이라고 할 만큼 메타버스의 주요 터전이 되고 있다. 아바타가 활동하는 메타버스는 가상 세계에 다양한 캐릭터를 구현하는 게임과 매우 비슷하고 실제 게임은 메타버스 핵심 요소들을 이미 갖추고 있다.이에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발전은 게임의 개발과 서비스 및 관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미래의 게임까지 바꾸어가고 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게임 산업과 시장을 접수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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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과 메타버스가 바꾸는 게임 개발게임 개발 기술에서는 NPC(Non-Player Character)라고 불리는, 사람이 직접 조작하지 않는 지능을 갖춘 자동화된 에이전트 캐릭터의 개발이 중요하다. NPC는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다. 따라서 스스로 작동하며 플레이어의 도우미 또는 게임 상대인 적으로 활동한다. NPC의 플레이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하고, 이들을 지능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에 인공지능 강화학습 기술이 접목되고 메타버스로 더욱 정교하게 구현되고 있다.엔씨소프트의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블레이드 & 소울’ 게임에는 100층으로 구성된 1인 플레이 던전인 ‘무한의 탑’이 있다. 게이머들은 컴퓨터가 스스로 작동하는 NPC와 1대 1 대전을 펼친다. 상대를 제압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무한의 탑 층이 올라갈수록 더욱 강력한 NPC를 만나게 된다.이 때 NPC들은 인공지능 강화학습과 접목되어 대전을 많이 치르면 치를 수록 스스로 학습해 더욱 똑똑하게 작동한다. 딥러닝을 적용한 인공지능 심층 강화학습이 가미되어 블레이드 & 소울 게임을 스스로 학습한 ‘AI 블소’까지 등장함으로써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블소 토너먼트 월드 챔피언십’ 결선에서 모든 인간 게이머들을 압도적으로 이기기까지 했다.게임 개발 과정에서는 또 인공지능에 의해 콘텐츠가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절차적 콘텐츠 생성(PRC: Procedural Content Generation)도 대단히 중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게이머와 NPC의 행동, 레벨 게임 규칙, 스토리, 텍스처, 아이템, 퀘스트, 캐릭터를 포함한 제반 조건들을 최적으로 조합해 낸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게임 그래픽이나 캐릭터, 배경, 맵 생성 등 게임 리소스를 직접적으로 생성하는 중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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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게임즈에서 절차적 콘텐츠 생성 기법으로 2016년에 발매한 ‘노 맨즈 스카이(No Man’s Sky)’가 대표적이다. 발매 초기에는 콘텐츠 생성의 한계로 사용자 불만이 폭증하기도 했지만,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한 효과가 나타나 성공한 케이스다. 지금은 현실감 넘치는 배경의 자동 생성과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행성계를 생성 구현하며, 2020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의 서비스(Best Ongoing)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이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게임을 만들기까지 하는 시대가 왔다. 2020년 5월 엔비디아는 인공지능을 통해 ‘팩맨(PAC-MAN)’의 복고풍을 탄생시켰다. 생성적 대립 신경망(GAN)으로 컴퓨터 게임 엔진과 유사한 AI 게임 신경망 모델인 ‘GameGAN’을 활용했다. 심층 강화학습으로 기초 엔진 없이 5만여 개의 게임 에피소드를 스스로 학습한 덕분이다.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게임 개발에 전방위적으로 적용하는 연구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기존의 인공지능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 데이터에 기초해 학습을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화학습(Offline Reinforcement Learning), 다중 에이전트 학습(MARL: Multi-Agent Reinforcement Learning), 역강화학습(IRL: Inverse Reinforcement Learning), 딥러닝 심층 강화학습 등을 게임 플레이어 모델(Player Model)에 적용해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터버스가 바꾸는 게임 서비스

로블록스에 구현된 나이키랜드

인공지능은 게임 서비스를 더욱 사용자 맞춤형으로 바꿔가고 있다. 더불어 게임 서비스 관리도 더욱 효율적으로 진화시켜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로 게임 사용자 성향과 패턴을 분석해 콘텐츠 난이도 조정과 밸런싱해 이용자의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맞춤형 게임 콘텐츠를 제공한다. 게임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을 맞춤형으로 도와 계속 게임을 진행할 수 있게 해 준다.게임 매치 메이킹에도 인공지능이 널리 활용된다. 게임 사용자 간 대결(PvP: Player vs Player)에서 게이머들의 숙련도와 레벨, 그리고 게임 패턴 등을 분석해 어떤 사용자끼리 대결을 펼쳐야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 적절한 상대를 맺어 준다.또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탐지해 주기도 한다. 탐지된 어뷰징(게임 시스템을 악용해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는 행위)을 자동으로 검증해 조치하는 데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할 때보다 훨씬 효과와 효율성이 높다.온라인 멀티 플랫폼을 통해 대규모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게임 서비스도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운영자가 관리할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게임 서비스 요소들을 포함하게 되어 ‘지능형 게임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폭 넓게 활용되어 원활하고 질 높은 게임 서비스 관리가 가능해지고 있다.이에 따라 대형 게임사들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게임 품질 분석 관리(QA: Quality Assurance), 인텔리전스 시스템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 서비스 관리에 많은 투자와 개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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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게임이 메타버스의 핵심이 되고 있다. 게임은 이미 디지털 가상 세상 구현이 익숙하므로 메타버스의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최적의 환경이 되기 ㅤㄸㅒㅤ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메타버스는 초기에 게임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었다. 포트나이트(Fortnite) 게임, 로블록스(Roblox)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 게임, 동물의 숲 게임 등이 메타버스 플랫폼 역할을 하며 메타버스 붐을 견인하고 현재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제페토 등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게임 월드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에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는 게임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메타버스로 가는 지름길이 게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게임 만큼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고 개발에 활용하며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콘텐츠 영역이 없다. 인공지능은 이제 게임의 기획은 물론 개발과 제작, 서비스 운영에 이르는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메타버스는 이를 새로운 체험적 서비스로 구현하고 있다. 덕분에 게임 콘텐츠와 게임 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새롭게 바뀌어가고 있다.안종배 국제미래학회 회장 겸 대한민국 인공지능메타버스포럼 공동회장 daniel@cleancontents.org 

AI 메타버스 타고 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