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앤리치를 모셔라”…금융권, 비대면 PB 서비스 경쟁

이지은 기자
입력일 2021-12-29 14:20 수정일 2022-01-26 22:25 발행일 2021-12-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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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우리은행)

#IT기업에 재직중인 P(41)씨는 또래보다 넉넉한 자산을 보유한 상태다. 과거 스타트업 재직 당시 받은 스톡옵션으로 목돈을 만들었고 보유주식이 증시 호황으로 가치가 크게 뛰었다. P씨는 가상자산에도 투자를 해왔지만 자산이 늘면서 재테크 방식을 안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은행들과 핀테크 업체들이 P씨와 같이 자산의 안정성을 지향하는 젊은 부유층을 공략하기위해 비대면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50~60대의 고액 자산가가 주로 이용하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접근 문턱을 낮춰 은행의 비이자 부문 수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7월부터 종합자산관리 전반에 대한 ‘원스톱 화상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WON뱅킹을 통해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면 정해진 시간에 문자로 URL주소가 전송된다. 해당 주소를 클릭하면 전문가와의 화상대화가 연결 돼 증여, 상속 설계에 관련된 자산관리 상담을 받을 수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8월부터 자산관리 플랫폼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통해 비대면 자산 설계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 뱅킹 앱 ‘하나원큐’를 이용하면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자산 관리 비법을 배울 수 있다.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에 고용된 전문인력들은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자산 증대 솔루션, 합리적인 재산 증여시기, 상속 설계 등을 자문해준다. 하나은행은 MZ(밀레니얼+Z세대)세대를 중심으로 비대면 자산 관리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는 점을 고려해 최근 센터의 전문인력을 기존 18명에서 25명으로 충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P2P 업체도 부유층 MZ세대를 겨냥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8퍼센트는 지난 5월 20대 자산가를 일컫는 이른바 ‘밀레니얼 리치’를 타깃으로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 ‘블랙 멤버십’의 베타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속·증여·부동산을 포함한 세무 컨설팅을 비대면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서비스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1:1 투자 브리핑 △출금 수수료 면제 △멤버십 전용 네트워킹 혜택이 입소문을 탔다.

이처럼 은행들이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출시에 주력하는 이유는 디지털 이용에 친숙한 MZ세대 고객을 확보해 은행의 비이자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측면이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간 자산관리는 부유한 기성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알려져왔다”며 “청년층 고객을 확보해 자산관리 서비스 시장의 저변을 넓히면 여·수신 이외의 부문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