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 “괴롭힘, 갑질없는 직장이 생산성도 높아질 것”

이원배 기자
입력일 2021-12-12 17:15 수정일 2021-12-12 17:16 발행일 2021-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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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모두 관행에서 벗어나 통합적 이익 모색 필요” 강조
노동교육 허브 기관으로 콘텐츠 플랫폼·지역 거점센터 구축 확대
노경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이 9일 서울 정동 인근 카페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노광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노동·사회이론 연구소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10월 교육원장으로 부임했다. 교육원은 지난해 3월 한국고용노동교육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노동 존중 교육을 위해 설립이 추진됐다. 지난해 10월 명칭을 기존 고용노동연수원에서 한국고용노동교육원으로 바꾸고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부설에서 독립 기관(고용노동부 산하)이 됐다. 노 원장은 한국고용노동교육원으로서는 초대 원장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실현을 위한 인재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전국민 고용노동교육을 선도하는 허브기관’이 되고자 노동 관련 공무원 직무교육과 노동자 고용노동교육과 교육 사각지대 해소, 교육인프라 혁신을 위해 1년 동안 달려왔다. 부임 후 1년이 조금 지났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독립해 새로 출범하는 교육원의 시스템 구축을 마련하는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노광표 원장은 “교육은 정서적인 결합이나 교류가 중요한 데 코로나19로 화상 교육이 증가했다”며 “교육 목표는 형식적으로 좀 달성했지만 교육의 효과성이 얼마나 높았는가는 계속 고민이 되는 점으로 앞으로 대면·온라인 교육의 결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원은 노동자는 물론 사업주, 소상공인,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직장 내 괴롭힘, 갑질 방지 등 노동인권감수성을 고양시키는 교육을 강조하며 진행하고 있다. 특히 노 원장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글로벌 스탠드’라며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 원장은 “과거에는 소소하게 보였을지 모르는 일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권리에 대한 신장이 필요하다”며 “직장 내에서 왕따 당하지 않고 윗관리자들한테 욕을 듣는다든지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 양성 평등적인 직장 문화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하기 더 좋은 직장은 노동 생산성과 효율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노동 문제를 연구해온 노 원장은 급변하는 세계에서 이제는 노·사가 기존의 상호 대립적·불신적인 관행에서 모두 벗어나 상생·협력 관계에서 통합적인 이익을 찾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입장 차이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드러내 놓고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동자는 임금을 더 받고 싶고 사용자는 임금을 줄여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싶어한다”며 “이 속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데 갈등을 무서워하지 말고 사회가 얼마나 관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므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는 임금은 동결하더라도 새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고 사용자는 임금을 올려주면 그 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고민을 하면 이게 통합적인 이익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관행적인 노조·경영 활동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둘 다 변해야 하고 관행적인 행동을 끊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예로 현대자동차 노조 등 오래된 대기업 노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대기업 노조 활동은 과거 노동권리 향상과 이에 따른 국민적 지지, 다른 소규모 사업장의 임금도 같이 상승시키는 선순환 역할을 해왔지만 30여년이 지나면서 그 역할과 의미가 많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노 원장은 “정규직 노동자는 자꾸 줄어들고 고령화 돼 가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고립돼 있다. 그러면 무엇을 갖고 싸우냐가 중요할 텐데 현대차 노동자들은 그들만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만 갖고 싸운다”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과 자동차 업종도 같이 먹고 살자라는 부분에 대해 숙고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교육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교육을 받으면 하루 수익이 줄게 돼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사용자 등이 부담해 교육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에 가장 어려운 점이 플랫폼종사자, 택배기사 등 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우리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사를 제공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분들을 오게 해야 한다. 그럴려면 유급교육휴가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일정 부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노동교육의 허브 기관을 꿈꾸는 노 원장은 교육센터 확충뿐 아니라 콘텐츠 생산과 교류의 장으로서 교육원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노 원장은 “각 단체 등에서 생산하는 노동교육 콘텐츠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하는 허브기관으로서 플랫폼을 내년에 구축할 계획”이라며 “내년에 대전에 지역 거점센터를 세우는 데 앞으로 광역별로 1곳씩 설립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원배 기자 lwb2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