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친환경 에너지 정책 ‘부메랑’…한전, 4분기 혹한 맞는다

김아영 기자
입력일 2021-12-07 13:26 수정일 2022-05-20 01:34 발행일 2021-12-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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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연료비 급등세로 한국전력의 전력 구매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 한파를 앞두고 난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전의 4분기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1일 기준 1kWh당 148.67원(가중평균)으로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육지SMP 역시 지난해 11월 기준 평균은 1kWh당 49.65원으로, 올해 11월 평균 126.83원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1년 만에 두 배 이상 상승했다.

SMP는 한국전력이 발전공기업이나 민간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으로, 4개월의 간격을 두고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최근 오미크론 영향으로 유가는 하락세지만, 지난달까지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수준이었다. 국제연료비가 SMP에 반영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이달 평균 통합 SMP는 1kWh당 150원을 넘을 전망이다. 향후 겨울 한파를 앞두고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내년 3월까지 SMP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SMP가 높아질수록 발전원가가 상승해 한전의 실적으로 직결한다. 한전은 SMP 상승으로 인해 2018년부터 2년 연속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한전은 4분기부터 시행하는 연료비 연동제로 전기 요금을 전 분기 대비 1kWh당 3원 올렸지만,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3원 낮췄던 올해 1분기 요금을 9개월 만에 원상 복구한 수준이다. 여기에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정부가 국회에 낸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3조 2677억원의 순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6개 발전 자회사의 예상 적자 규모는 7575억원에 달한다.

한전 실적 악화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연관한다. 정부는 올해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기 전체 53기 중 8~16기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석탄의 공백은 LNG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방침이다.

하지만 LNG 발전은 공급이 부족할 때만 가동하는 발전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가동이 늘면 발전 원가도 오르는 구조다. 높은 LNG 의존도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국제 LNG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LNG 수입 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275.81달러에서 올해 10월 668달러로 1년 만에 142.2%나 치솟았다. 발전 가격이 가장 높은 발전기 연료비가 SMP를 결정하는 구조상 LNG 가격 상승은 SMP 상승으로 이어진다. 겨울 한파를 앞두고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단가가 비싼 LNG 발전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전의 재무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에서 4년 반 동안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았기에 남은 기간도 버틸 것으로 보인다”며 “한전의 부실기업 전락은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까지 누적된 적자는 차기 정부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내년 전기요금 인상을 예상했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