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나누리안, 곤충 분변토로 '탄소 저감형' 연료 만든다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2-01 07:00 수정일 2022-05-11 23:01 발행일 2021-12-01 12면
인쇄아이콘
버릴 것 없는 '동애등에'…폐기물 처리부터 화력 발전 연료로 활용
"아시아에 기술을 나누겠다는 꿈…동애등에 바이오매스 시장의 퍼스트 무버 될 것"
1
유형종 나누리안 대표 (사진=브릿지경제신문)

파리목 동애등엣과 곤충 ‘동애등에’를 활용해 바이오매스 연료를 만드는 신·재생 에너지 스타트업이 있다. ‘나누리안’의 유형종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약 12년간의 동애등에 사육 및 연구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진출에 나섰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처음으로 동애등에를 알게 됐는데,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를 먹는 걸 보고 2009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라며 “버티고 배우면 가망이 있다고 생각해 10년 넘게 견뎠으나, 도중에 두 번 미끄러지기도 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멋쩍게 웃었다.

2017년 1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던 나누리안은 창업 1년 만에 연간 매출액 2억5000만원 선을 기록했다. 이후 나누리안 연 매출은 지난해에 10억원을 돌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 이익률은 5%~10% 수준이었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를 곤충으로 처리하는 것이 합법화되고 아프리카 돼지 열병 사태 이후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가 금지되는 등의 호재 덕분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동애등에 시장은 2017년까지만 해도 8억원 규모였지만 작년에 1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유 대표는 “동애등에를 활용하면 1년 내내 유기성 폐기물 처리가 가능하다”라며 “하루 평균 2t~3t 처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미생물 분해로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리는데, 동애등에는 사흘에서 닷새 정도 밖에 안 걸리는 등 속도 면에서도 획기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뿐 아니라 동애등에는 가축 사료 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배설물은 퇴비로 쓸 수 있다.

나누리안은 동애등에 성충을 활용해 △동에등에 알 보급 △연료 펠릿 제조 △음식물 처리 등 크게 세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동애등에를 연료 펠릿으로 만드는 업체는 나누리안이 유일무이하다. 또 나누리안은 자체적으로 동애등에를 연료 펠릿으로 만드는 기술과 해당 설비를 만드는 기술, 음식물 쓰레기를 동애등에에 먹여 처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누리안은 실제로 중부발전 및 한국전기산업진흥회 등과 함께 국내 화력 발전소의 연료 문제를 해결하는 목적의 사업을 다수 개발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2017년 중부발전 창업 경진 대회에서 받은 상금 5000만원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바이오 원료로 만드는 기술을 사업화했으며, 중부발전과의 협업을 통해 연료 펠릿 생산 기계 등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라고 전했다.

1
유형종 나누리안 대표 (사진=브릿지경제신문)

◇버릴 것 없는 동애등에… 탄소 저감형 연료로

특히 나누리안은 ‘탄소 저감형’ 연료 펠릿으로 주목 받고 있다.

나누리안은 톱밥에 동애등에 유충의 배설물과 커피 찌꺼기를 섞어 연료 펠릿을 만드는데, 완제품 1개 기준 생산 비용이 200원 밖에 들지 않는다. 톱밥으로 100% 만드는 기존의 펠릿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원료 일부를 곤충 분변토로 대체함으로써 경제성과 수입산 대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Image 005

유 대표는 “나누리안은 2017년에 본격적으로 동애등에 연료 펠릿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한국전력공사에 납품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 놨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경쟁사들의 제품과 비교해서도 탄소 저감 효과와 탄소 흡수 토양 개량제 성능이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실제로 발전사들이 나누리안의 연료 펠릿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드 펠릿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내산 우드 펠릿이 거의 없다”라며 “주로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우드 펠릿을 수입하고 있으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가격마저 높아 국내 화력 발전소들이 부심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력 발전소들에서 소비하는 동남아 지역 우드 펠릿은 연간 4000억원~8000억원 규모다.

또한 우드 펠릿을 원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벌목·생산 설비 문제·환경 오염 등은 현 탄소 중립 기조와 맞지 않아 화력 발전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나누리안의 꿈

나누리안은 내년 3월~6월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인니, 특히 자바섬은 인구가 많은 만큼 가축 분뇨 및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부상하고 있으며 동애등에 자원화 시장도 초기 단계다. ‘블루 오션’을 퍼스트 무버로서 선점하는 것이 나누리안의 구상이다. 사업 재원은 코이카 지원 사업 등으로 약 3억원의 투자를 받아 마련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나누리안의 인니 진출은 일년 내내 따뜻한 기후 등 조건까지 고려한 결정”이라며 “인니는 물가가 낮아 한국에서 동애등에를 들여 와도 수지가 맞는다”라고 언급했다. 나누리안이 추산하는 인니 사업 비용은 국내 대비 20% 수준이다.

유 대표는 “나누리안은 ‘나누다’와 ‘아시아’의 합성어로, ‘아시아 시장에 기술을 나누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나누리안은 현재 라이선스 계약 등으로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특허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위탁 개발과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이미 40개에 달하는 특허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나누리안은 버려지는 폐기물을 자원화해 다시 쓰고 지역 농어촌 청년을 고려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아시아 중심으로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또 국내 사회적 기업 경우 기존 기업들에 기술을 뺏기는 경향이 짙어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주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

스타트업